미국 주식은 ‘좋은 시장’에서 거래된다

by 토스증권

‘Part 1. 미국 주식은 좋은 시장에서 거래된다’ 에 들어가며 :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시장’이란, 1)규모가 크고 2)거래가 활발하고 3)신뢰도가 높고 4)주주환원 움직임이 활발한 시장입니다. 각 항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규모가 크다

미국 주식시장은 세계 어느 주식시장보다 큰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기업은 약 2,400개이고 시가총액 총합은 40조달러에 달합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산한 금액의 10배 수준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 규모가 크면 투자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다양한 상품을 탐색할 수 있고, 그만큼 좋은 투자처를 찾을 기회도 많아지겠죠. 또한 상장기업 수가 많아서 주식과 지수를 바탕으로 한 ETF 상품도 다양하게 출시됩니다. 뿐만 아니라 기초자산 하락이 예상될 경우, 투자자는 선물/옵션 등 주식과 연계된 파생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도 있습니다.

2. 거래가 활발하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많을 때 ‘거래가 활발하다’ 또는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표현합니다. 시장에 거래하려는 사람이 늘 많아서, 원하는 시점에 주식을 현금으로 바꾸기가 쉽다는 뜻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00조원이 넘습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하루에 50조원 이상 거래되는데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 전체를 합한 것보다 3배 이상 큰 규모입니다.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으면, 즉 거래가 활발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일부 투자자의 대형 거래로 인해 주가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적정 가격이 1만원임에도 시장의 ‘큰손’이 5,000원에 대량 매도해버리면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럴 경우 해당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반대로 미국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는 일부 투자자의 대형 거래가 시장 가격에 미치는 충격이 작습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적정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보가 시장에 나오면 빠르게 주가에 반영되는데, 다른 말로 ‘시장 효율성이 높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풍부한 유동성은 기업 입장에서도 매력적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거래하는 곳에 상장해야 더욱 안정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기업가치 평가도 좀 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큰 규모와 풍부한 유동성은 좋은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이는 다시 시장의 규모를 키워 거래는 더욱 활발해집니다. 이러한 선순환적 구조는 미국 주식시장의 제도적 장치가 구조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3. 신뢰할 수 있다

투자를 한다는 건 기대 수익을 극대화하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행위입니다. 만약 시장을 신뢰할 수 없다면 또 하나의 변수가 생기는 것입니다. 계산할 수 없는 리스크가 커지고, 그만큼 수익률은 낮아지겠죠. 그래서 돈을 맡기는 투자자에게 주식시장의 신뢰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2024년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신뢰도는 세계 어느 시장보다 높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미국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시스템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1930년대 초중반 증권법과 증권거래법이 제정되었고, 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한 상태로 관리하기 위해 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를 설립했습니다.

SEC의 역할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시장에서 이뤄지는 증권 거래를 관리 감독합니다. 내부자 거래나 시장조작 행위와 같이 증권법 위반 사례를 발견할 경우 직접 소송을 제기하거나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둘째, 기업들이 재무 상태와 경영 정보를 가감없이 정기적으로 발표하게끔 요청합니다. 덕분에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투명하게 공개된 기업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SEC의 노력이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3-1) 재무제표 신뢰도가 높다

미국 기업의 재무제표 신뢰도는 전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기본적으로 투명성 기준이 높고, 이 기준이 지켜지는지 SEC가 엄격하게 관리 감독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도 2001년 엔론, 2002년 월드컴 사례와 같이 회계 부정사건이 터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는데요. 이러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2002년 사베인-옥슬리 법이 제정됐습니다. 이 법에는 강력한 내부 통제시스템을 갖출 것, CEO를 비롯한 핵심 경영진에게 재무제표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덕분에 미국의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관행은 크게 개선됐습니다.

3-2) 내부자거래에 대한 관리 감독 및 처벌이 엄격하다

내부자거래란, 내부자가 기업의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미국 증권거래법은 내부자거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적발될 경우 처벌하고 있습니다.

내부 임직원으로부터 신고를 받기도 하지만, SEC는 이와 별개로 거래 발생 시점과 정보 공개 시점 사이의 관계를 조사해 내부자거래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특정 시점에 거래가 집중되거나 비정상적인 고빈도 거래가 포착되면 수사에 들어가는 식인데요. 미국은 내부자거래를 시장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로 간주하기 때문에 민사 처벌은 물론, 경우에 따라 형사 기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3-3) 자회사 분리 상장으로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

자회사 분리 상장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좋은 뉴스가 아닙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리 상장할 때 LG화학 주주들이 반발했던 이유는, LG화학의 기업가치가 떨어져 나가는 만큼 주가도 하락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죠. 실제로 알짜 자회사들이 분리 상장하면 할수록 모회사의 성장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그럼 투자자는 원치 않는 손실을 보게 됩니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드뭅니다. 소액주주 보호와 주주가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증시의 대표 종목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맥(Mac)과 맥북 등의 IT기기뿐 아니라 운영체제 iOS, OTT 서비스 애플 TV+, 애플 페이와 Ai 사업 등을 동시에 영위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 오피스, 클라우드, AI, 보안솔루션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제품도 만듭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하려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덕분에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모든 사업부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죠. 이런 현상은 테슬라, 메타, 아마존 등 다른 기업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3-4) 기업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 이익침해가 작다

미국에서도 기업 사정에 따라 분할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엄격한 공시 의무와 주주총회 승인 요구를 바탕으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분할이 진행됩니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분할해 독립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이 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들에게도 배분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기존 모회사 주주임에도 자회사 지분을 전혀 받지 못하는 한국의 분할 방식에 비해 확실히 주주 친화적입니다. 기존 모회사 주주들은 추가 비용 없이 새로운 자회사 주식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자회사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되므로,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경우처럼 기업분할을 반대하고 나설 이유가 딱히 없습니다.

4.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이다

주주는 기업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뿐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 이익을 배분받을 권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을 ‘주주환원’이라 하는데요.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기업 성장의 혜택을 공유받습니다.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는 배당, 자사주매입 등이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에는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2013년 S&P500 기업들이 지급한 배당금은 30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2023년엔 600억달러로 늘어났습니다. 최근 10년간 배당금 총액 증가율은 연평균 7.3%에 달합니다. 자사주매입 또한 활발해서 2022년 한 해 동안 자사주매입에 쓴 돈이 총 1조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유독 미국에서 주주환원 정책이 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 비중이 특히 높습니다. 특히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안정적인 현금 유입을 중시하고, 주주에게 이익을 충분히 배분해주느냐가 투자하는 데 있어 주요 기준이기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에 신경 쓰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또한 주주 행동주의가 활발해 기업이 이익을 충분히 배분하지 않을 경우엔 행동주의 단체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라고 기업을 압박하기도 합니다.

4-1) 배당이 투자자에게 좋은 이유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은 직접적인 투자이익입니다. 쉽게 말해 현금이 주어지는 것인데,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여러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배당금을 현금으로 받으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이 늘어나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늘어난 현금만큼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데요. 예를 들어 하락장일 경우, 현금을 보유함으로써 총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 하락 폭이 줄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효과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락한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수할 기회도 얻게 됩니다. 만약 시장이 상승 추세라면 배당금을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고요. 복리 효과는 시장 상승 추세가 이어질수록,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커집니다.

4-2) 자사주매입이 투자자에게 좋은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사주매입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자사주매입을 발표하면 시장에선 해당 기업 주식이 저평가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주가가 적정가치보다 낮아서 싼값에 사려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따라서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수급이 개선되고 다른 투자자가 매수에 가담하며 주가 상승 폭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지표상으로도 자사주매입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총 주식 수가 줄어 1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100의 가치가 있는 기업이 100주를 발행하면 1주당 가치는 1이지만, 자사주 10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90주로 줄어 1주당 가치는 1.11(100/90)이 되는 거죠. (11% 증가) 주식 수가 줄어 1주당 이익(EPS)이 커지면 PER(=주가/EPS)은 낮아지고, 그만큼 해당 주식의 매력도가 높아집니다.

자사주매입은 투자자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도 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만약 배당금을 받을 경우 소득으로 간주되어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합니다. 또한 이자와 배당소득을 합쳐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소득에 따라 세율이 최대 49.5%까지 높아질 수 있죠.

반면 자사주매입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매매차익의 형태로 투자자에게 이익을 줍니다. 해외 주식 투자를 통해 매매차익이 발생할 경우 250만원의 이익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고 추가 이익에 대해서만 22%(국세 20%, 지방소득세 2%)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훨씬 세금 부담이 적습니다.

4-3) 미국 기업은 배당도 많이 하지만 특히 자사주매입에 적극적이다

배당은 한번 시작하면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이 배당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사주매입은 일회성으로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또한 자사주매입을 할 때 부채를 활용하면 부채비율 조정을 통해 자본구조를 최적화할 수도 있고, 매입한 자사주는 임직원 보상, 재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경영권 방어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 가능합니다.

자사주매입은 경영진과 대주주 입장에서도 유리합니다. 경영진은 보상을 주식으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사주매입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경영진에게도 이득이거든요. 또한 대주주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하면 총 주식 수가 줄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보유 지분율이 높아집니다. 이는 경영권 유지 및 방어에 도움이 되어, 기업 지배력을 키우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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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이영곤, 이지선, 한상원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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