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봉 지키기 위해 '연봉계약서' 잘 읽는 법

연봉계약서, 근로계약서와 무엇이 다른가요?

연봉계약서는 근로계약서의 내용 중 임금에 관한 부분만을 따로 담고 있는 문서입니다. 임금은 협상을 통해 매년 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근로계약서 전부를 매년 새롭게 쓰는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연봉에 관한 내용만 연봉계약서로 떼 내어 매년 새롭게 작성하는 것입니다.

연봉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나요?

근로기준법상, 임금의 (1) 구성항목, (2) 계산방법, (3) 지급방법은 반드시 서면으로 명시되어야 하고, 사용자는 그러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근로계약서와 나누어 별도의 연봉계약을 작성하는 것인 만큼 해당 연봉이 어떤 기간에 대해 적용되는 것인지도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근로계약기간과 별도로 ‘연봉계약기간’이 적혀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연봉계약서, 복잡하지만 하나씩 같이 읽어봅시다

Q1. 포괄임금제는 무엇이고, 비포괄임금제는 무엇인가요?

포괄임금제란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을 임금에 미리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계약의 형태입니다. 원칙적으로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유효해요. 휴게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긴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사무직 근로자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와 달라서, 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렵다고 볼 수 없는 사례가 많습니다. 따라서 많은 경우 사무직 근로자에 대한 포괄임금제는 무효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흔히 ‘포괄임금제’라고 칭하는 임금계약의 형태는, 정확히는 고정OT(Overtime) 제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요. 고정OT란 시간외 근로에 대해 미리 정하는 합의입니다. 매번 시간외 근로시간을 계산해 수당을 지급하기 번거로우니, 일정한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하기로 미리 합의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고정OT 제도는 다음과 같이 연장, 휴일, 야간 근로수당의 항목을 미리 정해 합의하는 이상 일반적으로 유효합니다.

만약 포괄임금제도도 고정OT 제도도 적용되지 않는다면, 원칙으로 돌아가 사용자는 근로자의 시간외 근로에 대해 수당을 직접 계산해 지급해야 합니다. 이처럼 시간외 근로수당을 별도로 계산해 지급하는 경우를 비포괄임금제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비포괄임금제는 명확한 법적 정의가 있는 개념은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가령, 포괄임금제 대신 고정OT 제도를 도입하며 이를 비포괄임금제로 칭하는 회사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Q2. 기본급이 높으면 근로자에게 유리하다고 하던데, 맞나요?

맞습니다. 정확히는 통상임금^*이 높아야 유리한 것이고, 기본급이 높으면 통상임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통상임금은 시간외 근로수당, 해고예고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등의 산정 기준이 되고 평균임금의 하한선이 되는 점에서, 높을수록 근로자에게 유리합니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의미합니다. 기본급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각종 수당은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지 여부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홍길동과 둘리의 경우를 비교해 볼까요? 여기서 홍길동은 일반적인 사무직 근로자임을 전제로 합니다.

만약 2023년 8월 한 달 간 홍길동과 둘리가 각각 20시간씩 연장근로와 10시간씩 휴일근로를 했다면 시간외 근로수당^*은 다음과 같이 계산될 거예요. (위 연장근로는 야간, 휴일근로에는 해당하지 않고, 위 휴일근로는 8시간 이내로 야간이 아닌 때에 이뤄졌음을 전제로 합니다.) *시간외 근로수당은 기본급과 별도로 추가되는 수당이에요.

즉, 같은 시간만큼 시간외 근로를 했다면 기본급이 높은 홍길동이 둘리보다 법정수당을 더 받는 것이지요. (이처럼 포괄임금제는 무효로 평가되는 경우 기본급이 높게 산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많은 사용자들은 포괄임금제 대신 고정OT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임금의 구성 항목 중 기본급이 높을수록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Q3. 첫 달 월급이 내 계산보다 적은데, 왜 그런 거죠?

첫 달 월급이 내가 알고 있던 금액보다 적다면,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된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연봉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연봉이 ‘퇴직금을 포함’하여 산정된 것인지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연봉계약서에 다음의 내용이 있다면 연봉이 퇴직금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에요.

똑같은 연봉이라면 퇴직금이 제외된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해요. 가령, 연봉이 똑같이 3,600만원이더라도 퇴직금 포함 여부에 따른 월급은 다음과 같이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 급여가 연봉을 12로 나눠서 지급되는 것이 맞는지 반드시 꼼꼼히 확인해 주세요.

Q4. 계약 기간이 지났는데 새 연봉계약서를 안 쓰면 어떻게 되나요?

연봉계약서의 기간이 만료되었는데 아직 다음 해의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계속되고 있다면 적어도 기존 연봉계약서에 따른 급여는 계속 받을 수 있어요. 연봉에 관한 새로운 합의가 없는 것일 뿐 근로관계에 대한 합의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또한 근로자의 동의가 없다면 연봉계약서 기간이 종료되었더라도 사용자가 연봉을 일방적으로 삭감해서 적용할 수는 없는 점도 꼭 알아 두세요.

합의된 조건이 연봉계약서에 잘 담겨있나요?

연봉계약서는 처우에 관한 협상이 이뤄진 뒤 받아보게 되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 최종적 합의를 반영하는 문서로 남게 됩니다. 때문에 합의된 조건이 연봉계약서에 잘 반영되어 있는지 반드시 유심히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연봉계약서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에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dit 송수아 Graphic 이은호 함영범

- 이 원고는 2023년 7월 25일(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본 글에 포함된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구체적 사안에 대해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