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금지? 경업금지? 뭐가 다른 건가요?

겸직금지? 경업금지? 뭐가 다른 건가요?

by 심건욱

근로계약서에는 근조로건 이외의 내용이 담기기도 해요

근로계약서는 근로조건*에 관한 일정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하지만, 그 밖의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도 많아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어요. *임금, 근로시간, 휴게시간 등이 근로조건의 예시입니다.

  1. 퇴사 이후 경쟁업체 이직을 금지하는 전직금지약정(퇴직 후 경업금지약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해요)
  2. 업무 중 알게 된 영업비밀을 지키도록 하는 비밀유지약정
  3. 재직 중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일명 ‘투잡'을 금지하는 겸직금지약정

전직금지약정

전직금지약정이란 근로자가 퇴사한 이후 일정 기간동안은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행위나, 스스로 그러한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체를 설립·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정을 의미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핵심기술이나 영업비밀이 경쟁사업자로 유출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타격을 방지하기 위해 전직금지약정을 두는 경우가 많아요.

전직금지약정은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근로자가 다음 직장을 선택하는 데에 상당한 제약이 되기도 해요. 특히 많은 경우, 경력을 살려 하는 이직은 동종업계 내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은 전직금지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해당 약정을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전직금지약정이 무효인지는

(1) 회사에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있는지 (2) 전직금지의무자의 재직 당시 지위는 어떠했는지 (3) 전직금지의무의 기간, 지역 및 금지대상 직종 범위는 어떠한지 (4) 전직금지의무자에 대해 대가가 제공되었는지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회사에서 담당했던 업무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회사가 가지는 차별적인 우위와 깊게 연관되어 있을수록, 전직금지 범위가 명확히 정해져 있을수록, 전직금지에 대한 별도의 대가가 적절히 지급되었을수록 전지금지약정이 유효하게 평가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근로자에 대한 전직금지 기간은 유효하게 인정되더라도 대개 1~3년의 범위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회사로부터 지급받는 급여의 구성항목이나 각종 보상 중 ‘전직금지의무의 대가’로 명시된 것이 있는지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금의 구성 항목 중 일부가 ‘전직금지의무의 대가’라는 취지의 언급이 있다면, 전직금지의무가 유효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그와 같이 명목을 기재해 둔 것일 수 있어요.

비밀유지약정

비밀유지약정이란 일정한 비밀정보에 대하여 그 유출, 누설 등을 금지하는 약정을 의미합니다. 영업비밀의 유출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되기도 하지만, 이 법으로 보호되지 않는 범위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서, 혹은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부수적인 의무를 정하기 위해 별도의 비밀유지약정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비밀유지약정은 간단하게 작성하는 경우 하나의 조항으로 정하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경우에는 여러 항목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 특히 회사가 업무용 디바이스를 열람할 수 있다는 내용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의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회사가 제공한 업무용 디바이스라고 해도 비밀번호가 설정된 장치를 무단으로 열람하는 것은 위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열람 범위가 합리적으로 제한되어 있고 비밀정보 누설 정황이 있다는 사정이 있다면 법원은 근로자의 동의 없는 열람이 적법하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또, 열람·감시에 대한 사전 동의가 있다면 적법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겸직금지약정

겸직금지약정이란 회사에 재직 중인 기간 동안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을 금지하는 약정입니다. 재직 중인 회사의 업종과 경쟁관계에 있는지와 무관하게 다른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경업금지약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요. 겸직금지약정은 근로자가 회사의 업무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면 겸직금지약정이 없으면 자유롭게 겸직을 할 수 있을까요? 대체로 맞습니다. 겸직금지약정이 없다면 (1) 업무시간 이외의 시간을 이용한 겸직은 (2) 근로계약상 근로제공의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위법하다거나 근로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기업의 근로자를 전제로 하는 내용인 점에 유의해 주세요. 공무원의 영리업무 종사와 겸직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주의할 점은, 어떠한 경우에도 근로계약상의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리는 방식의 겸직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이 경우 회사와 근로자 사이 신뢰관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것으로 인정된다면 해고까지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법원은 근로자가 근무 중 취득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회사의 사업범위와 중복되는 개인사업을 영위하거나 회사의 비밀을 누설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기도 했어요.

근로계약서에 겸직금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취업규칙은 겸직금지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겸직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는 근로계약뿐 아니라 회사의 취업규칙 역시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명 전, 내가 부담하게 될 의무가 무엇인지 꼭 살펴보아야 해요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이름이 근로계약서여도 실제로는 근로조건 이외의 다양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는 것은 계약 내용을 따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약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로계약에 서명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dit 송수아 Graphic 함영범

- 이 원고는 2023년 9월 5일(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본 글에 포함된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구체적 사안에 대해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심건욱 에디터 이미지
심건욱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는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에서 스타트업, 기술기업과 관련된 기업자문/M&A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혁신가들의 마음을 닮은 변호사이고자 늘 노력합니다.

필진 글 더보기
0
0

추천 콘텐츠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