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계약서 잘 쓰는 법

인테리어 계약서 잘 쓰는 법

by 심건욱

인테리어 계약서, 너무 막막해요.

들어가는 돈은 큰데, 배경지식은 없고. 인테리어공사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막막합니다. 인테리어공사의 성패를 가르는 데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지만, 오늘은 인테리어공사를 위한 계약서에서 꼭 챙겨야 하는 몇 가지를 살펴볼게요.

공사 범위와 내용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해요.

공사업자가 부담할 계약상 의무는 구체적으로 정해질수록 좋습니다. 계약상 의무의 범위가 모호하다면, 동일한 공사대금을 두고 의뢰자와 공사업자 사이에 공사 범위나 내용에 관한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그 상태로 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시작했는데, 도중에 서로 이견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되면 곤란해질 것입니다.

때문에 인테리어 계약서에는 공사가 진행되는 범위, 해당 공사에 사용되는 자재의 품목, 규격, 등급, 색상, 수량, 투입 인력의 분야, 숙련도, 인원 수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내역서’를 작성해, 이를 계약상 의무의 내용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면 계약서 본문에 다음과 같이 반영하고, 계약서 말미에 [별지]로 내역서를 첨부하는 것이지요.

공사대금은 기일이 아닌 진척도에 따라, 최대한 후불에 가깝게 지급해요

계약서에 특정 일자를 기준으로 대금을 지급하기로 정했다면, 공사업자의 사정으로 공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경우에도 계약서에 이미 정한 내용에 따라 해당 날짜에 미리 정한 금액을 지급해야 해요. 일자를 기준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시간은 공사업자의 편이 됩니다.

때문에 공사대금의 지급 조건은 공사가 이어진 기간이나 특정 일자가 아닌, 공사가 실제로 얼마나 진척(진행)되었는지, 즉 ‘공정 단계’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정도의 공정 단계에 얼만큼의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할지 가늠하기 위해서, 앞서 언급한 ‘내역서’나 계약서 본문에 공정 순서가 포함되도록 미리 협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간혹 공사대금의 대부분을 공사 극초반 단계에서 계약금과 착수금 명목으로 지급해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이 경우 나머지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뢰자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많은 거래관계가 그러하듯, 잔금은 발주자가 기댈 수 있는 소중한, 어쩌면 유일한 카드입니다. 공사 전 미리 지급하는 금액(선급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그러한 카드를 포기하는 것이에요.

따라서 공정 초기, 단순히 착수하는 단계에서는 가급적 낮은 비율의 대금을 지급하고, 공정 단계에 따라 점진적으로 대금을 지급하되, 잔금은 공사를 완전히 마친 후 의뢰자가 결과물을 검수하여 승인한 시점에 지급하기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검수에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공사 결과물을 검수하기에 충분한 검수기간을 계약상 확보해 두는 것도 잊지 마세요.

공사대금의 지급 조건은 예를 들면 계약서에 다음과 같이 반영할 수 있어요. 중도금을 몇 회차로 나누어 지급할 것인지, 지급 조건이 되는 공정 단계는 어떻게 정할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양하게 정할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계약서 예시

한편, 계약금과 착수금으로 높은 비중의 비용을 먼저 내지 않으면 자금 사정으로 공사가 어렵다고 하는 업자도 있을 수 있는데요, 이 때는 해당 업자의 재정적 상황을 믿을 수 있는 상황인지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사후적인 리스크에 대비한 조항이 충분한지도 확인하세요.

지금까지의 내용은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부터 예상할 수 있는 조건을 미리 정하는 문제였다면, 다음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영역이에요.

1) 공사 범위 및 내용의 변경

공사를 시작한 이후,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공사 범위와 내용이 불가피하게 변경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 때는 그러한 변경에 책임 있는 당사자가 변경으로 인한 추가적 부담을 진다는 취지의 조항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내역서에 적어둔 자재를 구할 수 없게 되었다면 공사업자는 의뢰자와의 협의를 통해 가격과 등급이 동일한 대체 자재로 공사를 마저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추가로 비용이 발생한 경우에도 이를 의뢰자에게 청구할 수 없도록 정함이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공사 도중 의뢰자의 요청에 따라 공사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 그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의뢰자에게 부담시키는 조항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는 것이에요.

2) 의무 이행의 지체

계약을 맺은 주체 중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의무 이행을 지연하는 경우, 그러한 지연으로 상대방에게 발생한 구체적 손해를 매번 산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공사업자의 완공 지체에 대해서는 지체상금 규정을, 의뢰자의 대금지급의무 지체에 대해서는 지연손해금 규정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참고로 국가계약법상 공사용역에 적용되는 지체상금률은 지체일수 1일당 대금 총액의 0.5/1,000입니다. 인테리어공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는 해당 공간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완공 지체 시 의뢰자가 입게되는 손해를 막기에 이러한 지체상금률이 충분한지 꼭 살펴보세요.

3) 하자의 발생 및 하자담보책임

공사업자의 하자담보책임이란 공정이 완료되고 잔금을 지급받은 이후에도 일정한 기간동안은 인테리어공사로 인하여 발생한 하자를 무상으로 보수해줄 의무, 또는 보수할 수 없는 하자에 대해서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말합니다.

완공 직후 의뢰자가 결과물을 검수할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공사업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결함은 공사업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자담보책임 기간은 적어도 1년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밖의 몇 가지 팁

우리나라에는 ‘건설산업기본법’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실내건축공사업, 즉 인테리어공사업을 하려는 자는 건설업 등록을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요*. *단,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원 미만인 경미한 건설공사를 업으로 하려는 경우에는 이러한 등록 의무가 없어요. 이러한 예외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등록으로 건설업을 영위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별히 소규모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닌 한, 가급적 공사업자가 실내건축공사업 등록을 마쳤는지 자격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건설업 등록증’과 ‘건설업 등록수첩’상 업종이 ‘실내건축공사업’인지 확인해 보거나,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운영하는 ‘전문건설업체조회’ 웹페이지에서 검색해 보는 방식으로 알아볼 수 있어요

등록을 마친 업자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적어도 1년의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국토부장관의 시정명령을 받을 수도 있는 등, 의뢰자에 대한 일정한 보호장치가 있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안전장치로 보증보험 가입 역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보증보험은 건설공제조합 또는 보증보험사가 제공하는 보험상품으로, 공사업자가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의뢰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어느 정도 보상해 주는 기능을 합니다. 공사업자의 계약 불이행에 대비한 공사이행보증, 하자보수의무 불이행에 대비한 하자보수보증 등 다양한 상품이 있어요.

보증보험 가입에는 추가적 비용이 들지만,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보증보험을 가입하고자 하는 경우, 계약서를 통해 가입 의무를 명시해둘 필요가 있어요.

계약에 정답은 없지만, 계약을 모르는 것은 오답

지금까지 인테리어공사 계약서 작성 시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을 살펴보았어요.

살펴본 조항 중에서는 공사업자가 거부하는 내용도 있을 수 있고, 실제로 규모가 영세하거나 비용이 저렴한 곳일수록 업자에 불리한 조건을 감내할 여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요. 반면, 이 글에 정리된 각종 조건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공사업자일수록 비용은 조금 높지만,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거나 당장 선금을 받지 않아도 좋을 정도의 재정적 여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충분한 정보를 갖고 각자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정답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업자를 신뢰할 수 있는 사정이 있고, 계약상 불리한 조건에서 오는 리스크를 상쇄할 정도로 비용이 저렴하다면, 의뢰자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일지라도 해당 업자와 거래하는 것이 나름의 합리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선택을 위해서는 일단 스스로가 선택한 계약상 리스크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계약을 모른다면 합리적 판단에 이르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겠죠. 이 글이 그러한 각자의 최선에 이르는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길 희망해 봅니다.


Edit 송수아 Graphic 조수희 홍가영

- 이 원고는 2023년 11월 1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본 글에 포함된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구체적 사안에 대해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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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건욱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는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에서 스타트업, 기술기업과 관련된 기업자문/M&A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혁신가들의 마음을 닮은 변호사이고자 늘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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