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이 뭐지?
ㆍby 김경곤
오늘은 그래프로 시작해볼게요. 아래 그래프는 1948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미국의 실업률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프 오른쪽 끝에서 실업률이 갑자기 위로 튀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요. 이 시기가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가 미국을 들이닥쳤을 때입니다.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미국에서는 약 2,2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그 결과 2020년 4월의 실업률은 무려 14.8%*까지 치솟았어요. *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Unemployment Rat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ugust 20, 2021. R46554.
이는 미국이 실업률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1948년 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이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10월 실업률인 10%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랍니다.
실업률은 우리가 이전에 살펴본 GDP, 인플레이션, 이자율만큼이나 중요한 거시경제 변수예요. 실업률은 개개인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근면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던 사람이 갑작스러운 경제상황 악화로 실직을 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경우나 열심히 구직활동 중인 졸업예정자가 연달아 취업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는 경우 등이 우리가 보는 실업률 수치에 다 녹아 있기 때문이죠.
만약 한 국가의 실업률이 갑자기 올라갔다면, 그것은 실직 등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진 걸로도 이해할 수 있어요. 실업률이 오를수록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질 거예요. 우리가 혈압, 콜레스테롤, 체지방 수치 등을 통해 우리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듯이,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건강한지 알고 싶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거시변수가 바로 실업률이랍니다.
한국은 매월 통계청에서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통해 실업률을 측정하고 있어요. 먼저 ‘실업자’의 개념부터 알아볼게요.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조사 시점에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 동안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 가능한 사람을 ‘실업자’라고 정의해요.
현재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와 현재 취업해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취업자’*를 합해서 경제활동인구(labor force)라고 불러요. 아래와 같이,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 대비 실업자의 비율을 계산한 것이랍니다. *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취업자는 조사대상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자, 동일가구 내 가구원이 운영하는 농장이나 사업체의 수입을 위해 주당 18시간 이상 일한 무급가족종사자, 직업 또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으나 일시적인 병 또는 사고, 연가, 교육, 노사분규 등의 사유로 일하지 못한 일시 휴직자 등을 의미해요.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지난 4주 동안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업률을 계산할 때 포함하지 않아요. 즉, 현재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며 아무런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은 ‘실업자’로 집계하지 않고, 그 결과 경제활동인구에서도 제외되는 셈이죠.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은 비경제활동인구(not in the labor force)라고 불러요.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을 비롯해 전업주부, 은퇴자, 아르바이트를 전혀 하지 않는 대학생 등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요. 이들은 실업률 산출 시 고려 대상에서 빠지게 되죠. 이런 계산 방식 때문에 실업률 수치를 볼 때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답니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실업률이 감소한 이유
미국 실업률은 2020년 4월, 역대 최고치인 14.8%를 찍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2021년 9월, 4.8%를 기록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은 마치 건강검진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진 것처럼 반길 일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팬데믹으로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었던 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구직활동을 아예 단념하고 계속 집에서 쉬고 있기 때문이죠*. 이 사람들은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업률을 계산할 때는 완전히 제외되고 있어요. *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에 주정부에서 지급하던 실업수당 외에 연방정부에서 추가로 특별실업수당 등을 제공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배경을 살펴볼까요?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난 덕분에 구직활동 중인 실업자가 취업을 하게 된 경우뿐 아니라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해버린 사람의 비율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줬을 겁니다. 그래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지금처럼 계속 낮아지는 것보다는 살짝 올라가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소식일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어요. 구직활동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고 나오면 마침내 이들도 실업자로 집계될 것이고, 그 결과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죠. * Eric Morath, “Falling Unemployment Could Add to Worries About the U.S. Labor Market,” The Wall Street Journal, Oct. 3, 2021.
실업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는 경제활동 참가율(labor-force participation rate)을 함께 보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율은 만 15세 이상 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의 비율로 계산해요.
참고로,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아래 그래프와 같아요. 그래프의 우측 끝을 보면, 2020년 4월에 급격하게 떨어졌던 경제활동 참가율이 다시 상승하기는 했지만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하지 못했죠? 이는 그만큼 기존 경제활동인구에 속해 있다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이탈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아직 노동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거예요. 따라서 향후 미국 노동시장의 회복 여부를 판단할 때는 실업률과 더불어 경제활동 참가율도 같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 [CIVPART], retrieved from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October 29, 2021.
실업률 🤝 인플레이션: 필립스 곡선
실업률의 개념을 살펴봤으니, 이제 우리가 이전에 다뤘던 다른 거시경제 변수들과 한번 연결해보도록 하죠.
먼저, 물가 수준과 실업률의 관계입니다. 195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연도별 인플레이션율 변화와 실업률의 조합을 분산형 그래프로 그려봤어요. 가운데 그려진 추세선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율 변화와 실업률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료: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 [CIVPART], retrieved from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October 29, 2021.
△ 미국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의 변화 (1950~2020) / 주: 1950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도별 자료를 사용했으며, 인플레이션의 변화 단위는 %p 이고 실업률의 단위는 %임. / 자료: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Consumer Price Index for All Urban Consumers: All Items in U.S. City Average [CPIAUCSL], Unemployment Rate [UNRATE], retrieved from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October 29, 2021.
즉, 실업률이 낮을 때는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고, 실업률이 높을 때는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의 관계를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라고 부른답니다. * 필립스 곡선의 필립스는 이 관계를 처음 발견한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William Phillips)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다만, 현재의 필립스 곡선은 최초에 필립스가 만든 버전과 달라졌는데요. 여기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과 에드문드 펠프스(Edmund Phelps)가 큰 기여를 했어요. 특히 밀턴 프리드먼이 1968년에 쓴 논문 <The Role of Monetary Policy>은 필립스 곡선뿐 아니라 현대 거시경제학에 많은 영향을 줬는데요. 관심 있는 분들은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료로 볼 수 있고, 수학식도 나오지 않아요.
실업률 🤝 실질 GDP 성장률: 오쿤의 법칙
다음은 실질 GDP와 실업률 사이의 관계입니다. 아래는 195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연도별 실질 GDP 증가율과 실업률 변화의 조합을 분산형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필립스 곡선의 추세선과 유사하게 실질 GDP의 증가율과 실업률 변화도 서로 역관계인 것을 알 수 있죠. 즉, 실질 GDP 성장률이 높을 때는 실업률이 하락하고, 반대로 실질 GDP 성장률이 낮을 때는 실업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실질 GDP 성장률과 실업률 간의 상충 관계를 오쿤의 법칙(Okun’s law)*이라고 불러요.* 이 관계를 처음 발견한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자료: 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Real Gross Domestic Product [GDPCA], Unemployment Rate [UNRATE], retrieved from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October 29, 2021.
이 관계를 한국에 적용해볼게요. 아래 그래프와 같이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경제 상황이 좋아서 실질 GDP가 한창 성장하고 있죠. 당시 대학 졸업생들이 원하는 직장을 골라갔다는 전설은 지금도 전해 내려오고 있답니다.
반면, IMF 외환위기가 왔던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들이닥친 2020년에는 한국의 실질 GDP가 하락하거나 크게 둔화되었고, 그 결과 이 시기의 대학 졸업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직장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거예요.
직업을 구할 때는 경제변동도 살펴야 한다
필립스 곡선과 오쿤의 법칙과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및 실질 GDP 간의 관계는 단기에 성립한다는 사실*입니다. 거시경제학에서 말하는 단기에는 경기 호황(boom)과 경기 침체(recession)가 반복되는 경제변동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 반면, 이전에 소개해드린 솔로우 모형이나 화폐의 중립성 등의 개념은 모두 장기에만 성립합니다.
서두에 보여드린 1948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실업률 그래프에 회색 기둥으로 표시한 경기 침체기를 추가해봤어요. 이 그래프를 통해 어떤 사실을 알 수 있나요?
자료: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NBER based Recession Indicators for the United States from the Period following the Peak through the Trough [USREC], retrieved from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October 29, 2021.
혹시 회색 기둥이 있는 경기침체기마다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이 보이나요? 우리가 이미 오쿤의 법칙에서 확인한 것처럼 단기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실업률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직업을 구할 때는 경기가 단기적으로 팽창하는지 침체하고 있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어요.
이번 글은 실업률을 살펴보면서, 단기에 발생하는 경제변동도 살짝 맛보기로 보여 드렸어요. 다음 시간에는 경제변동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2020년 5월 당시, 미국의 실업률 수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래픽으로 표현했던 뉴욕타임스 기사. (출처: 뉴욕타임스)
Edit 손현 Graphic 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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