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는 얼마를 벌었을까?
ㆍby 차우진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이 단어가 머리에서 나가질 않는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도 너무 좋다. 친구들과 아파트 게임을 하며 술 마실 나이는 아니지만, 누가 아파트 아파트~ 라고 술 게임을 하자고 하면 당장 그다음 구절을 이어 부를 자신은 있다. 물론 아무도 그걸 원하진 않겠지만.
2024년 10월 18일에 발매된 로제 & 브루노 마스의 ⟨APT.⟩가 계속 화제다. 여러모로 상징적인 순간을 보여주는 곡인데, 음악적 평가만큼 차트 기록도 매우 높다. 음악적 평가는 조금 뒤로 미루고 일단 차트 기록만 살펴보자.
11월 3일 기준, ⟨APT.⟩는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유튜브 글로벌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누적 스트리밍은 1억 8,336만 9,499회, 유튜브에서는 2억 5,327만 1,907회다. 서비스별로 가장 많은 1위를 기록한 국가를 보면 인도네시아(아이튠즈 1위, 스포티파이 1위, 애플뮤직 1위, 유튜브 1위, 샤잠* 1위), 필리핀(아이튠즈 1위, 스포티파이 1위, 애플뮤직 1위, 유튜브 1위, 샤잠 1위), 호주(아이튠즈 1위, 스포티파이 1위, 유튜브 1위, 샤잠 1위), 대만(아이튠즈 1위, 스포티파이 1위, 애플뮤직 1위, 유튜브 1위), 일본(스포티파이 1위, 애플뮤직 1위, 샤잠 1위), 캐나다(스포티파이 1위, 유튜브 1위), 태국(애플뮤직 1위, 디저** 1위), 베트남(애플뮤직 1위, 유튜브 1위) 등이다. 한국은 애플뮤직과 샤잠에서 1위를 차지했다. *노래를 들려주면 음원을 검색해 주는 플랫폼으로 2018년 애플이 인수했다. 2022년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2억 2,50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Deezer. 프랑스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 정도의 결과라면 수익도 궁금하다. 음원 스트리밍에서의 수입은 여러 저작권이 더해진 총매출로, 국가별로 항목이 조금씩 다르다. 미국을 기준으로 보자면 크게 Sound Recording, Mechanical, Performance 항목을 기준으로 수익을 나누는데, 미국은 한국과 달리 업체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은 당사자들만 안다. 물론 추정은 가능하다.
- Sound Recording | 저작권 소유자에게 지급되는 금액. 대부분의 경우 음반사를 말하지만 포괄적으로 독립 아티스트, 프로듀서, 투자자도 포함된다.
- Mechanical | 저작물을 디지털 및 물리적 형식으로 복제해 얻는 수익으로, 퍼블리셔에게 기계적으로 지급되는 로열티. 쉽게 말해 작사/작곡가가 버는 돈이다.
- Performance | 음악 작품이 공식적으로 연주되거나 방송될 때마다 받는 로열티. ASCAP(미국 음악 저작권협회), BMI(방송음악협회), GMR(Global Music Rights) 및 SESAC 같은 공연 권리 단체들이 포함된다.
미국의 음악 산업 전문 법무/컨설팅 회사인 매나트, 펠프스 앤 필립스(Manatt, Phelps & Phillips)는 음원 로열티를 지급하는 다수의 기업을 조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악 스트리밍 로열티 계산기’를 만들었다. 복잡한 수식은 뒤로 숨기고,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의 재생수를 입력하면 총매출의 추정치가 나오는 계산기다. 추정치일 뿐이지만 대략 얼마 정도의 매출을 거뒀는지 짐작할 수는 있다.
이제 ⟨APT.⟩의 숫자를 입력할 차례다. 이 노래는 전 세계 기준으로 단 2주 만에 스포티파이에서 1억 8,336만 9,499회 재생됐다. 사실 이 계산기는 미국 내 스트리밍 로열티만 계산하기 때문에 전 세계 누적 스트리밍 횟수를 그대로 넣으면 안 되지만(미국 내 스트리밍 횟수와 국가별 환율도 고려해야 하므로) 우리의 목적은 추정치를 확인하는 것이므로, 그냥 무식하게 이대로 넣어보자.
결괏값은 두 개다.
스포티파이는 87만 7,932달러(약 12억 1,198만 원)를, 애플뮤직은 155만 7,129달러(약 21억 4,961만 원)를 로열티로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음원이 발매된 지 단 2주 만에 33억 원의 매출을 낸 것이다. 물론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이 돈을 다 가져가는 건 아니다. 이들은 여기서 작곡, 작사, 편곡, 가창의 몫을 가져갈 것이다. 글로벌에서 성공한 히트곡이란 대략 이 정도의 매출을 만드는군, 이라는 참고 자료다. 그런데 모두가 스트리밍으로 이렇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예외적인 경우가 아닐까?
스트리밍이 정말 돈이 될까?
스트리밍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364억 9,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50조 569억 8,200만 원 정도의 규모다. 2023년부터 2031년까지의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8.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규모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713억 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리밍 이전 시대와 비교하면 사실상 그 규모*를 넘어선 수치다. *세계 음악시장 매출은 1999년 278억 달러를 기록한 뒤, 2011년까지 12년 연속 감소했다.
지금이야말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 꿈꾸던 ‘음악으로 충만한 세상’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의 상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스포티파이에 등록된 음악은 1억 곡이 넘지만, 한 번도 재생되지 않은 곡도 수백만 곡에 이른다. 에드 시런과 테일러 스위프트는 2022년까지 스포티파이에서 약 7~8천만 달러를 정산받았지만, 어떤 싱어송라이터는 1년에 100달러 미만을 정산받는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잠재적 기회는 많아졌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상위 10% 미만의 메이저에게 돌아간다. 소위 ‘메이저’라고 불리는 이들도 모두가 큰돈을 버는 건 아니다. 더 많은 재생 수를 위해서는 더 큰 비용을 써야 하고, 그마저도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약속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APT.⟩가 1980년대처럼 5,000원짜리 싱글 음반으로 판매됐다면 12억 1,198만 5,126원의 매출을 위해 1억 8,336만 9,499회의 스트리밍 대신 24만 장의 CD를 파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이처럼 실물 음반에 비하면 스트리밍의 수익성은 낮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에서 ‘디지털 콘텐츠’ 형태의 음악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유명하지만 돈을 못 버는, 콘텐츠의 역설
20세기에는 ‘콘텐츠’란 말 자체가 없었다. 콘텐츠의 사전적 의미는 ‘네트워크로 유통되는 멀티미디어 파일’이니까. 전자 네트워크가 생기고 콘텐츠란 말이 태어나기 전의 음악 사업은 음반을 판매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수익 모델이었다. 음악은 음반으로 듣고, 영화는 DVD로 보고, 게임은 게임 타이틀로 하고, 책은 책을 읽어야 했던 것처럼 다른 걸 고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20세기의 음악 산업은 제조업이었다. 음반을 만들고 판매해서 돈을 벌었다. TV에 출연하거나 뮤직비디오를 만들거나 심지어 콘서트를 여는 것도 피지컬(physical) 음반을 판매하기 위한 홍보 활동이었다. (이는 영화, 게임, 출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1세기에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면서 물리적인 제품에서 멀티미디어가 분리되어 통신망으로 유통되기 시작했고, 음악과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영화와 출판은 이제야 비슷한 문제를 겪는 중이다). 유선 인터넷, 무선 인터넷, LTE와 5G까지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음악과 게임은 다운로드, 스트리밍, 구독 모델을 만들며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 왔고, 게임 산업은 ‘인앱 결제’라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유통 및 공급자의 입장이다. 실제로 음악이나 게임을 만드는 저작권자들은 늘어난 경쟁과 줄어든 수익성의 틈에서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 음악(콘텐츠)의 초과 공급 아래 콘텐츠 판매 수익은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에 하루 동안 업로드되는 신곡의 수, 유튜브에 1분 동안 업로드되는 콘텐츠의 개수, 1년에 발간되는 책의 권수, 킨들에서 발행되는 전자책의 양, 넷플릭스에 업로드되는 비디오 개수… 이 모든 숫자들은 커지고 있지만,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적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앞서 언급한 ⟨APT.⟩의 사례처럼 ‘유명해지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넘치는 콘텐츠 시대에서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매우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는 스포티파이를 통해 발생한 매출이 12억 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제작비는 얼마였을까? 2020년에 니키 미나즈의 피처링 가격이 곡당 6억 원 정도였다는 자료를 참고해, 2024년 브루노 마스의 피처링 비용은 적어도 10억 원이 들었을 것으로 예상해 보자. 그 외 작곡, 편곡, 레코딩, 뮤직비디오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APT.⟩ 한 곡의 제작비는 최소 15억 원으로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돈을 써서 스트리밍 차트에서 1위를 했더라도, 유명세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건 정말 어렵다. 음악이 좋다고 모두가 음반을 구매하거나 공연장에 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리밍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는 건 일반적으로 쉽지 않다. 음악 산업에서의 깔때기 구조*에 따르면, 추상적인 인기를 구체적인 사업으로 전환하는 건 매우 복잡하다. 이게 바로 ‘콘텐츠의 역설’, 유명한데 돈을 못 버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스트리밍이 중요한 이유
그렇다면 스트리밍 차트 1위는 수익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걸까? 아니, 그럼에도 차트 1위라는 화제는 여전히 필요하다. 스트리밍 차트 성적은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APT.⟩의 1위로 로제가 얻을 기회는 대략 다음과 같다.
- 후속곡의 성공: ⟨APT.⟩는 로제가 올해 말에 발매할 솔로 1집의 선공개 싱글이었다. ⟨APT.⟩의 성공으로 이후 발표될 곡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수록곡들도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다.
- 로제의 섭외비: 방송 출연료, 페스티벌 섭외비, 광고 출연료, 피처링 비용 등이 상승한다.
- 로열티 정산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스트리밍은 단순히 깔때기 구조의 하단에 위치하는 게 아닌, 기회비용을 높이는 전략이 된다. 이 과정에서 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트리밍은 팬을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팬들이 스트리밍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팬은 음악을 발표하고 활동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처음부터 팬이 필요하다. 1화에서 말했듯 팬은 소비자나 부가 가치가 아닌, 수익 그 자체를 만드는 존재이면서 산업을 지탱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음악 산업이 팬을 아티스트 활동의 결과물로 여겼다면, 지금의 음악 산업은 팬을 처음부터 필요한 존재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데뷔와 함께, 혹은 데뷔 전에 이미 팬을 모을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한다. 신인 팀을 위한 오디션, 데뷔 전의 소셜 미디어 활동 등이 바로 그중 일부다.
이렇게 처음부터 만들어진 팬은 (일반 소비자와 다르게) 아티스트와 밀도 높은 관계를 형성하고, 그로부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든다. 미디어가 산산이 쪼개진 현재, 팬들은 자신의 취향과 맞는 콘텐츠를 찾아가며 그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브이로그 등의 콘텐츠를 제작해 아티스트를 알리는가 하면, 스트리밍 순위를 올리기 위한 집단행동을 하며 기업의 미디어 비용을 줄이는 역할도 맡는다.
하지만 우리는 로제도, 브루노 마스도 아닌데 어떻게 팬을 만들 수 있을까? 여기에 정답은 없다. 당신이 뮤지션이라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팬을 만들 수도 있지만, 인스타그램 라이브나 소셜 미디어 활동 등을 통해 먼저 팬을 만들 수도 있다. 음악을 먼저 발표하는 게 아니라 여러 활동으로 팬을 구한 다음,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음악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영화도, 게임도, 글을 쓰는 저자도 마찬가지다. 지금 팬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팬이 모이고 성장하는 5단계를 참고해 보길 바란다. 아래는 내가 직접 만든 팬의 행동 변화 5단계로, 팬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구조다.
- 접촉(contact): 미디어 노출로 콘텐츠를 접하는 단계
- 몰입(dive): 팔로우, 검색 등을 통해 적극적이지만 가벼운 관계를 형성하는 단계
- 재미(play): 공유를 통해 제3자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단계
- 사랑(love): 깊어지는 관계를 통해 감정과 관계의 밀도가 높아지는 단계
- 헌신(devotion): 자신의 안정적인 감정 상태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단계
좋은 마케팅으로 짧은 성과는 낼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팬이 필요하다. 그게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Edit 송수아 Graphic 이은호 이제현
20년차 음악평론가. 2020년부터 TMI.FM(Tomorrow of the Music Industry)이란 뉴스레터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분석하고 있다. 가끔 컨설팅과 투자 자문도 하지만, 주로 듣고 보고 읽고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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