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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9. A회사 주식에 올인! 왜 안 되나요, 인생은 한 방인데요?

by 김나영

9단계 미션: 사람들이 분산 투자하는 이유와 방법 알아내기

💌 지난번에 나도 하이브, JYP, SM에 투자할 수 있을까?를 읽고 이번에 받은 세뱃돈으로 저도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는 소속사의 주주가 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가볍게 해본 말인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굿즈 사는 데 다 쓰는 것보다 투자해보겠다는 생각이 멋지다고 칭찬도 받았어요. 그러면서 주식 거래할 수 있는 계좌를 함께 만들어보기로 약속했죠. 그런데 세뱃돈 전부를 주식 사는 데 쓰는 건 안 된다고 하셔서 답답했어요. 제 최애가 있는 회사 분명히 잘될 거 같거든요? 하지만 부모님은 지금 쓸 용돈과 적금 통장과 주식에 나눠두래요. 꼭 그래야 되는 걸까요?

지금 잘될 거라고 생각하는 회사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수록 돈을 잃을 가능성도 높은 것 알고 있나요? 분명 오를 것 같던 주식이 떨어지면 돈을 못 버는 것을 넘어, 내가 가지고 있던 돈(투자한 원금)도 날리게 돼요. 앞날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분산 투자'라는 걸 합니다. 지난 화에서 얘기했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이유와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같이 알아볼까요?

Q1. 사람들은 왜 ‘지금 제일 빠르게 오르는 주식'에 전 재산을 투자하지 않는 거예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이것에 투자해서 수익률 몇백 퍼센트가 났다더라” 같은 사람을 혹하게 하는 소리를 많이 듣게 돼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나만 하기 아까워서 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로 시작하는 투자 성공담을 들으면 꼭 이 말을 떠올리세요. “수익률 1위는 언제든 최대 손실 1위가 될 수도 있다.”

짧은 기간 안에 큰 투자 수익을 얻은 사람들은 특정한 곳에 몰아서 투자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었다가 그 바구니를 떨어트리면 어떻게 될까요? 내 달걀이 모두 깨져버리겠죠. 그래서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아두라고 말하는 거예요. 달걀은 비유일 뿐이지만, 현실에서 돈을 담는 바구니는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깨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투자라는 걸 하면서 살아야겠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돈을 잃을까 무섭다면 지금부터 설명하는 ‘투자 포트폴리오 만들기'를 잘 살펴보세요. 포트폴리오(portfolio)는 칸이 나뉘어 있는 서류 가방을 의미하는데요, 개인의 투자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것은 서류 가방 속 여러 칸에 물건을 담듯 가진 돈도 여러 분야에 나누어 담는다는 뜻이에요.

Q2.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지금은 가진 돈이 조금이라서 나눠두는 게 맞을까, 가능할까 싶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 회사의 주식만 사는 것보다는 여러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좀 더 안전하고, 주식만 사는 것보다는 채권도 함께 사면 더 안전해진다는 거예요.

물론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아요. 주식, 채권, 금, 달러, 원자재, 현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죠. 지금 이야기한 각 자산이 같이 오르거나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컨대, 주식 가격이 올라갈 때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달러 가치가 올라갈 때 금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장기적으로는 오르는 두 자산을 함께 담아두면, 한 자산이 안 좋아져도 다른 자산이 괜찮아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주식과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는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경기가 좋지 않으면 보통 주식 가격이 내려가요. 그럼 회사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서 설비 투자를 줄일 거예요. 설비 투자를 할 때 보통 대출을 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를 줄이기로 했으니까 대출을 덜 받겠죠. 그럼 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요. 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돈의 가격이 내려갑니다. 돈의 가격은 곧 금리(이자율)이고요.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렇게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갑니다. 그래서 주식과 채권에 나눠 투자했다면 주가는 내려서 좋지 않지만, 채권 가격이 올라서 괜찮을 수 있는 거죠.

경제를 움직이는 요소는 다양하기 때문에 예외가 있는데요, 2022년에는 주식 가격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내려갔어요. 그럼 그때는 어떤 자산이 괜찮았을까요? 달러 가치가 높았고, 원자재 가격도 올랐어요. 어떤 자산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는 힘든 일이므로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분산 투자가 중요하지요.

이 분산 투자는 낚시하는 상황에 빗대어 말하기도 해요. 어린아이는 물고기를 잡고 싶을 때 냇가에 서서 물고기가 보이면 낚싯줄을 넣어요. 그럼 물고기가 도망갑니다. 낚시에 노련한 어른들은 물고기의 움직임만 눈으로 좇지 않고, 물살의 흐름을 보면서 여기저기 그물을 설치해둬요. 시간이 지나면 물고기가 알아서 그물에 걸릴 테니 이쪽이 더 수월한 방법이지요. 자산 배분을 해두는 것이 바로 이 그물이랍니다.

Q3. 그렇게 하면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나요?

다양한 자산군에 나누어 투자해서 경제 상황이 어떻게 돼도 괜찮을 수 있는 투자 방법을 ‘올웨더 포트폴리오(All-weather portfolio)’라고 해요. 어떠한 계절(경기)이 와도 일정 수익을 낸다는 의미죠. 레이 달리오라는 저명한 투자자가 만든 투자 전략이라서 레이 달리오 투자법이라고도 합니다.

만약 이렇게 분산 투자를 하며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안전하기만 하고 수익률은 별로라면, 차라리 예적금만 하는 게 편하겠죠?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분산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이 안정적이면서도 비교적 높다고 해요. 혁신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토니 로빈스는 저서인 《머니》라는 책에서 과거 30년간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을 데이터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는 연평균 수익률 9.72%였어요. 요즘 예적금의 연 이자율이 3~4%인 것에 비하면 높지요.

30년 동안 연평균이 9.72%이므로 매년 수익률은 들쑥날쑥했어요.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적도 4번 있습니다. 가장 크게 손해를 본 것은 세계 경제 위기가 있었던 2008년인데 당시 -3.93%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요. 하지만 미국 500개 기업에 나눠 주식 투자만 한 경우는 -37%였다고 하니 그에 비하면 훨씬 적은 손실이었죠. 이렇게 경제 전반이 우르르 어려울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꾸준히 내 돈을 불리고 싶다면 다양한 주머니를 만들어두는 포트폴리오를 잊지 마세요.

Q4. 주식도 안전하게 투자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주식 종목을 고르는 건 누구나 어려워요 주식 투자에서 원숭이와 사람이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요? 대체 무슨 소리냐고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했던 실험인데요, 원숭이들에게 기업들의 이름이 적힌 공을 보여주고 아무거나 고르게 했어요. 원숭이와 대결할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와 개인 투자자들은 직접 고심해서 투자할 회사를 골랐죠. 그리고 1년 뒤, 놀랍게도 수익률 1등은 원숭이들이었어요. 그다음이 펀드매니저, 그다음이 개인 투자자였답니다. 주식 투자에 있어 종목을 선택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에요.

앞서 레벨8에서 자신이 모르는 회사의 주식을 사지 말라고 했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이야기를 했는데요, 워런 버핏조차 손실을 볼 때가 있어요. 그가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매년 띄우는 편지에는 늘 실수담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버핏의 또 다른 조언, “매주 8시간 이상 기업을 공부할 수 없다면 시장 전체에 투자하라" 버핏은 실제로 자신이 잘 아는 회사에만 투자했어요. 주식을 산다는 건 그 회사의 소유권 일부를 사서 주인이 되는 건데, 알지도 못하면서 주인이 될 수는 없다고 했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절친했지만 그 분야를 잘 알지 못한다며 마이크로소프트에는 투자하지 않았고, 자신이 즐겨 먹는 맥도날드와 코카콜라에는 투자를 했어요.

물론 ‘잘 아는 기업'이라고 하려면 내가 직접 사용해 친숙한 것뿐 아니라 그 회사의 재무 상태, 그 회사가 속한 산업의 성장 가능성, 비전 등을 분석하고 알아야 해요. 버핏은 매주 8시간 이상 기업 공부를 할 게 아니면 개별 주식에 투자하지 말고 시장 전체에 투자하라고 했어요.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방법은 뭘까요? 투자하려는 주식 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주식을 한 주씩 사면 됩니다.

현재의 우리가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방법: 인덱스 ETF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모든 주식을 한 주씩 살 수가 있겠어요. 이제는 이런 번거로움 대신 시장 전체에 투자할 수 있는 ‘인덱스(지수) 펀드'가 있고, 이 인덱스 펀드를 주식 개별 종목처럼 사고팔 수 있게 주식 시장에 등록해놓은 것이 바로 ‘인덱스 ETF’예요.

우리나라 주식시장 중 가장 큰 코스피(KOSPI) 기억하지요? 이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 1~200위인 기업들의 주식을 담아서 펀드를 만들고, 주식 시장에 등록한 것이 ‘코스피200 인덱스 ETF’예요. 코스피의 상위 200개 기업의 지수를 따르는 ETF인 것이죠. 미국의 주식시장에서는 뉴욕증권거래소가 가장 규모가 커요. 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1~500위 기업을 담아 똑같이 ETF로 만든 것은 ‘S&P500 인덱스 ETF’입니다. 워런 버핏이 미리 공개한 유언장에 “내 유산의 90%는 S&P500 인덱스 펀드에, 나머지 10%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ETF의 특징이 더 궁금하면 아래 글을 참고해보세요. 👉 워런 버핏이 아내에게 추천한 금융상품이 있다

투자하려는 회사의 주식 가격이 적당한지 궁금할 때는 아래 글을 참고해보세요. 👉 내 주식이 싼지 비싼지 알 수 있는 방법: PER vs PBR

Q5. 자산 배분의 황금 비율이 있나요?

내 돈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하고 보유할 것이냐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투자하는지는 참고해볼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는 20~30년 이상 장기 투자해도 되는 돈을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안전자산으로서 미국 달러, 금, 안전한 장기채권 등을 일정 비율 보유하라고 합니다. 정해진 황금 비율은 없지만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로 알려진 존 보글은 주식 60%, 채권 40%의 비율을 추천한 바 있어요.

여러 가지 자산 배분이 궁금할 때 아래 글을 참고해보세요. 👉 주식이 요동치는 요즘, 시작하기 좋은 자산배분 👉 계속 오르는 금값, 투자해도 안전할까?

Q6. 현금은 이제 필요 없나요?

투자 초보의 실수 중 하나가 가진 돈을 모두 투자 자산에 넣는 거예요. 현금을 남기지 않는 거죠.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반드시 현금을 일정 비율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생길 수 있고, 좋은 투자 기회가 왔을 때도 당장 현금이 필요하니까요.

각자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남겨둬야 하는 현금의 양은 다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쓸 돈은 자유롭게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입출금 통장에 넣어두세요. 이런 자유예금 상품은 대부분 이자율이 낮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높게 주는 곳이 있는지 ‘예금 금리 비교'에서 검색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년 내 반드시 쓸 돈이 예정되어 있다면, 필요한 시기로 만기일을 맞춰서 정기 예금을 가입해 넣어두거나 만기가 짧은 채권으로 보유하는 것을 추천해요. 채권의 경우 국가가 발행한 국채나 신용 등급이 BBB 이상인 회사채로요.

Q7. 한번 나눠 두면 끝인가요?

이렇게 분산 투자해두면 어떤 것은 오르고 어떤 것은 덜 오르거나 떨어지면서 내가 처음에 설정한 자산 배분의 비율이 바뀌어요. 제가 처음에 포트폴리오를 주식 25%, 채권 25%, 금 25%, 현금 25%로 나눴다고 가정해볼게요. 1년 뒤에 다시 살펴보니 주식과 금의 가치가 많이 올라서 주식 35%, 채권 14%, 금 39%, 현금 12%로 바뀌었어요. 이럴 때 ‘리밸런싱(rebalancing)'이 필요합니다. 리밸런싱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의 비율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돼요.

그렇다면 리밸런싱은 얼마나 자주 하는 게 좋을까요? 시장 상황이 매일 바뀌니까 매일 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매일 리밸런싱할 각오로 시장을 들여다보면 경제가 안 좋을 때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팔아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특정 자산이 올랐을 때 무리해서 사게 되기도 하거든요. 현실적으로 추천하는 리밸런싱 간격은 1년에 한 번이에요. 특정 날짜를 정해두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에 큰 변동이 생긴 경우에는 중간에라도 체크할 것을 권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에 앞서, 투자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음을 잊지 말고 신중하게 투자하자는 말을 전하며 오늘 이야기를 마칠게요.

분산 투자하는 이유와 방법을 알았다면? 오늘의 미션 완료!


Edit 주소은 Graphic 조수희

김나영 에디터 이미지
김나영

서울의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공부하고 성장하고 있는 교사. 실험하며 경제와 수학을 익히는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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