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지 않는 소비: 슈카

잃지 않는 소비: 슈카

by My Money Story

인생에서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투자했던 대상은 무엇인가요?

20대 때는 게임, 30대에는 회사일, 그리고 40대에는 콘텐츠 제작에 몰두하고 있네요.

게임 얘기는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쓰셨던 거예요?

20살부터 31살까지니까 만으로 10년, 햇수로는 11~12년 정도 놀았죠. 잘 놀았습니다. 그때 받던 용돈은 모두 PC방비와 밥값으로 썼던 것 같아요.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썼다 치면 1년에 1200만 원이고 10년이면 뭐 1억 쓴 거죠.

매일매일 PC방을 가셨다고 알고 있는데, 게이밍 장비를 사거나 PC방을 차릴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하는 것보다는 어울리는 사람들하고 같이 노는 게 재밌는 거죠. 그리고 PC방을 차리기엔 그 정도 돈이 없었어요. 20대 때여서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도 못했고요. 잠깐 놀 거라고 생각했지 10년이나 놀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사실 시간은 많이 쓴 게 맞지만 게임 자체에 돈은 거의 안 썼어요. 현질(게임아이템 등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것)이라는 게 주로 시간과 돈을 바꾸는 건데 저는 돈은 없고 요즘 표현으로 소위 ‘시간 빌게이츠’였어서 현질은 안 하고 시간질을 했죠.

수입이 생긴 후에는 가치관이나 소비 습관도 변했을 것 같아요.

그때도 지금도 꼼꼼하게 따지면서 소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이것저것 따지는 시간과 에너지도 일종의 소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더 생산적인 일에 쓰거나 쉽니다. 쉬는 것도 중요한 소비니까요. 소비할 때는 나에게 필요한지, 적절한 가격인지, 내가 이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지 정도만 고려해 결정합니다.

물론 큰 소비를 안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과거 자산운용사에 있을 당시 움직이는 돈의 단위가 크다 보니 소득과 소비 수준이 괴리되는 일이 있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큰돈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지금도 밥값 말고는 돈 나가는 곳이 별로 없어요.

인생에서 돈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한 시기는 언제였을까요?

30대 중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삿돈으로 투자를 열심히 했지만 개인 자산은 살펴보지 못했던 시절이었어요. 프랍트레이더로 일하다 보면 성과급으로 일반 직장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금액을 받아 가는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저도 그 친구들을 보면서 “한 방만 있으면 돼!”라는 생각으로 개인 자산 운용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안 돼요. 투자와 소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에요. 자산관리를 20대부터 시작했는지, 30대에 시작했는지, 40대에 시작했는지가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정신 차리니까 거의 마흔에 가까웠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언제 그 깨달음을 얻으신 거예요?

집값 오를 때 느꼈어요. 3억 원짜리 집이 6억 원이 되고, 5억 원짜리 집이 10억 원이 될 때. 집을 산 내 친구는 10억 부자가 될 때 나는 현금 1억도 없고, 자산이라고 해봐야 전세금이 다일 때. 그 격차를 평생 못 따라가요. 8억 원의 격차가 벌어졌잖아요.

근로소득으로는 이 자산 가격의 상승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적게 잡아도 24%, 많으면 50%까지도 세금을 내야 하니 8억 원 차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최대 16억 원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거든요.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자산 가격 상승을 근로소득으로 만회하기 어려운 거죠.

자산소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슈카 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요? 저는 프랍트레이더였잖아요. 성과급이라는 게 있으니까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을 굉장히 많이 했죠. 잘하면 진짜로 100억 원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특별한 케이스였다고는 생각해요.

어쨌든 근로소득 안에서 제일 많이 벌 수 있었던 포인트를 찾아보신 거네요.

저는 근로소득이 위로 열려 있던 케이스니까요. 일반적인 회사원이라면 마음이 급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자산소득을 굴리기 위한 목돈을 모으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요. 그 목돈을 모으기 위해 어떤 걸 해야 할까요?

저도 못 한 걸 하라고 얘기하는 건… 조언은 쉽지 않네요. 일단 돈을 좀 모아야겠죠. 그런데 천 원, 2천 원 아끼는 쿠폰 이야기보다 내 전체 자산의 수익률을 생각해 봐야 해요. 내 전체 자산이 100이라고 했을 때, 그 100만큼의 자산이 올해는 어떻게 굴러가서 얼마의 수익률을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100 중에 5만큼 주식에 투자하고 그 주식만 눈 뚫어지게 쳐다보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전 재산이 1억 원이고 그중 500만 원어치 주식을 샀다고 해볼게요. 500만 원으로 100% 벌면 500만 원이에요. 그런데 1억 원을 금리 4~5%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똑같이 400~500만 원을 벌어요. 100%나 4~5%나 실제로 버는 돈은 똑같기 때문에 내가 가진 자산이 커지면 커질수록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진 전체 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소비 형태가 극단적으로 아끼기 vs. 욜로(YOLO)로 양극화되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한 슈카 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욜로의 문제는 수입이 끊기는 순간 대단히 힘든 상황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다 좋은데 내 수입, 즉 현금 흐름이 끊길 때를 생각해야 해요. 우리나라 노후 빈곤율이 40%가 넘는다고 하죠. 이 말은 자산 기준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65세, 빠르면 55세만 돼도 현금흐름이 끊긴다는 뜻이에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챙기라고 하는게, 현금흐름을 고려하라는 뜻이죠.

수입 얘기도 조금 여쭤볼게요. 슈카 님의 수입은 어떻게 카테고라이징할 수 있을까요?

지금이요? 일단 유튜브에서 꾸준하게 수익이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외부 활동이나 광고 활동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은 들쑥날쑥한 편이고요.

매주 쉬지 않고 콘텐츠를 올리시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유튜브는 구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싸움이 아니라 노출, 즉 유튜브 첫 화면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에요. 한 주만 쉬어도 노출이 확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러면 똑같은 영상을 만들어도 예전 콘텐츠보다 조회수가 떨어지고, 다시 원래 숫자로 올리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요. 매주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주제를 연구하고 자료 만드는 건 괜찮은데, 매주 새로운 주제를 5개 뽑는 게 가장 어려워요. 유튜브는 마라톤이잖아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일단 첫 영상 후 50개까지는 주제가 나오는데, 그 다음부터는 다들 고민에 빠지시죠.

어떤 주제를 ‘새롭다’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주제가 겹쳐도 재밌으면 돼요. 결국 사람들이 지난번과 다른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요소는 재미에 있기 때문이에요.

돈을 관리하는 최소한의 철칙이나 방향성이 있으신가요?

제 목표는 스타트업을 해보자, 기업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최대한 직원을 많이 고용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려고 하다 보니 돈을 어디에 투자하고 어떻게 소비할지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어디에 투자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회사의 수익 모델을 만들고 그걸로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투자하고 있어요. 사실 개인 유튜브는 두 명이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저랑 편집자 두 명이 다 한 적도 있었는데 효율이 엄청났죠. 그렇게 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테고요. 하지만 BTS가 아닌 이상 개인이 비즈니스 모델(BM)이 될 수는 없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미래를 위해 또 투자를 하는 거라고 봐야죠.

추석 특집으로 직원 분들을 X(트위터) 본사로 보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런 소비도 일종의 투자로 보면 될까요? 이 투자는 수익이 날까요?

콘텐츠업은 고객에게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파는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고 생각하고요.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는 플러스 마이너스를 크게 따지지 않는 것 같아요.

슈카 님에게 무한정의 돈이 있어서 딱 한 번의 소비를 해야 한다면 뭘 사고 싶으세요?

시간은 못 사잖아요.

가능한 세계관이에요.

시간 살 수 있으면 당연히 시간이죠. 보통 자기가 가장 부족한 걸 원하잖아요. 제가 20대였다면 시간 부자였기 때문에 절대로 시간을 사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하늘에서 1조 원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엉뚱하긴 한데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거든요. 호주같이 바다랑 자연이 펼쳐져 있는 곳에 큰 집과 개인 요트가 있고, 강아지와 함께 살면서 수영하고 스노클링하는… 제가 해변에 뛰어들면 리트리버 같은 커다란 강아지도 뛰어들고, 저 멀리 고래상어랑 만타가오리가 지나가는 거죠. 햇살 비치는 가운데 드론 날려서 멀리 페이드아웃하면서 영상 끝나고 조회수 1000만 찍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으신 거예요, 여유로운 생활을 콘텐츠로 만들고 싶으신 거예요?

돈이 엄청 들겠죠, 재밌겠다. 거의 취미와 일의 결합이죠.

마지막으로 ‘나를 나답게 하는 소비’를 정의해 볼까요?

투자회사에서 일할 때도, 제 자산을 관리할 때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잃지 않는 것’이에요.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아야 해요. 소비도 비슷하죠. 무리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서 무리라는 건 충분한 수입이 받쳐주지 않는 플렉스(flex) 같은 것들. 그런 건 플렉스가 아니라 환상이죠. 잃지 않아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아메리카노 먹지 말고, 무조건 지하철 타고, 차 사지 말고, 놀지 말고, 여행 안 가면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자는 얘기는 아니에요. 경제적으로는 그게 맞을 수도 있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라고 할 수는 없어요. 미래만 내 삶이 아니라 지금도 내 삶이니까요.

Interview 송수아⋅김수지, Edit 송수아, Visual 심석용, Title Design 권영찬, Video 김창선, Photo 성의석, Assist 정윤아⋅강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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