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나를 찾는 소비: 신민규
ㆍby My Money Story
토스 / 주변 사람들과 돈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인가요?
신민규 / 자주 하지는 않는데, 동네 친구들과 분기나 반기마다 모여서 각자의 소비 습관이나 재테크 가치관 등을 얘기하면서 점검하고 있어요.
동네 친구들과 소비 습관이나 가치관을 얘기한다는 게 생소하면서도 부럽게 느껴져요. 친구들과 어떤 계기로 이런 이야기들을 시작하게 됐나요?
일단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고 스무 살쯤 만나서, 10년 좀 넘도록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에요.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학원을 같이 다니거나, 같은 대학교에 다니거나, 친구의 친구거나 해서 모이게 됐어요. 이 친구들과 돈 얘기를 과감하게 할 수 있는 건 서로 굉장히 다른 직업을 가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근무 시간도, 벌이도 비슷한 반면 친구들과는 서로의 환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거죠.
요즘에는 연말에 모여 다 같이 다음 해 목표를 세워요. 일주일에 몇 번 이상 운동하기, 연애하기 같이 ‘올해 이것만큼은 이루자!’ 다짐하는 거죠. 자산 관련 목표를 세우는 친구들도 당연히 있고요. 그 친구들 덕분에 동기부여가 돼요.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친구들이에요.
민규님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요?
재작년 목표가 조기승진이었는데, 작년에 목표 달성했어요.
컨설턴트로 일하면 ‘돈을 쓸 시간도 없이 바쁘다’라고 들었어요.
재미를 못 느끼면 할 수 없는 일은 맞는 것 같아요. 업무 시간이 굉장히 길고, 프로젝트 중에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 평균 새벽 1~2시, 빨라도 밤 10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어려운 직업이죠.
평소 돈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소득의 40%는 저축했던 것 같고요. 고정 지출이 10% 내외로 나가니까, 나머지 50%를 입출금통장에 넣어두고 지출해요. 그 돈을 다 쓴다는 건 아니고, 주식을 거의 안 하긴 하는데 일하면서 알게 된 기업들에 관심을 두다가 실험 개념으로 조금씩 투자하는 용도로 쓰거나 해요.
사전질문에 답변해 주신 내용들을 읽다 보니 계획적으로 소비를 하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민규님의 MBTI가 ‘~J’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건 원래 성향인가요, 아니면 일을 하다 보니 생긴 습관일까요?
일단 저축은 안 하면 어차피 입출금통장에 쌓아둬야 하잖아요. 그냥 두기보다는 고금리 시대에 예⋅적금에 넣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소비는… 사고 싶은 게 생기면 제가 얼마나 일해야 이걸 살 수 있는지 계산해서 가치를 산정하는 게 습관인 것 같아요.
일종의 시급 개념인 거네요.
네, 연봉이 오르거나 하면 하루에 벌 수 있는 금액을 항상 계산해요(웃음).
사람들이 저만큼 숫자나 계산을 좋아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어 차 타고 가다 보면 앞뒤로 다른 차 번호판이 보이잖아요. 저는 그 여섯 자리 숫자를 두 자리씩 떼서 곱하거나 더하면서 동일한 숫자가 나오도록 계산하는 걸 좋아해요. 뭐든 숫자가 보이면 계산하는데, 어릴 땐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러는 줄 알았어요.
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에 저축한 돈으로 차를 샀다고 알려주셨잖아요. 민규 님의 계산법으로 따지면 꽤 큰 소비인데, 어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신 건지 궁금했어요.
첫 직장은 여의도였는데 셔틀버스도 잘 되어 있고,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게 운전하는 것보다 빨라서 차를 살 필요가 없었어요. 지금 회사는 일이 너무 늦게 끝나니까 피곤한 상태로 운전하는 것보다는 택시를 타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방송에 출연하면서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계산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거죠.
평소와 다르게 계산하지 않고 한 소비잖아요. 만족하고 계신가요?
차를 사고 나니 좋은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계산을 안 한 것도 아닌 게… 택시비를 계산해 봤어요(웃음). 그래서 차를 사는 게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쓴 분야로 ‘가족’을 꼽았어요. 사회초년생 때 첫 월급, 가족에게 드렸나요?
전부 드린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저축하는 돈 빼고 계산을 하다 보니까 50만 원 정도 드렸던 것 같은데… 좀 적었나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한동안 월급의 10%씩을 용돈으로 드렸어요. 약간 십일조 느낌으로. 월급이 오르면 엄마에게 드리는 돈도 많아지는 거라서, 엄마도 재미있어하셨던 것 같아요.
연애 관련 질문도 하나 드리고 싶어요. 직장인 커뮤니티를 보면 데이트 비용에 대한 질문도 정말 많거든요. 데이트 비용에 대한 민규 님의 생각이 궁금했어요.
음, 저는 평소에 비용을 생각하거나 계산하는 편은 아닌데 상대방이 맛있게 먹으면 그건 꼭 사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저희가 ‘나를 나답게 하는 소비’는 무엇인지 생각해 봐달라고 요청드렸죠.
오는 길에도 계속 생각해 봤는데 한 마디로 딱 정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저는 긴 프로젝트나 일이 끝나면 소비를 엄청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을 하는 도중에는 소비할 시간도 없고, 돈도 거의 안 쓰고. 프로젝트 한두 달짜리 끝나면 그때부터 1~2주 쉬면서 소비하는데 친구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지만 그냥… 제가 진짜 사고 싶었던 건데 남들 눈치가 보이거나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평소였으면 안 샀을 것들을 사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닌텐도?
포켓몬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새로 출시되는 포켓몬 게임도 계속 팔로업하고 있어요. 나이도 있고, 직장에서는 이런 얘기 잘 안 하니까. 친구들 만났을 때는 주식 같은 이야기에 호응하지만, 정작 집에 왔을 때 제일 하고 싶은 건 닌텐도랑 신작 포켓몬 게임인 거예요.
스스로 보상을 주는 거네요
그렇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생각하다 보니 저 자신을 찾기 위한 소비였던 것 같아요. 살면서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잊고 있었던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 사회의 시선 때문에 사기 머뭇거리게 되는 것들에 소비하더라고요. 비단 포켓몬 게임뿐만 아니라 더 유치한 걸 살 때도 있는데, 제가 어렸을 때 호주에 살았거든요? 어릴 때 먹었던 과자를 너무 먹고 싶어서 직구로 산 적도 있어요.
민규 님에게 대출을 갚거나 투자에는 사용할 수 없는 500만 원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다면 어디에 사용하고 싶나요?
영국에 가고 싶어요. 리버풀 FC의 오랜 팬이라서 만약 돈이 생긴다면 영국에 가서 경기를 한번 볼 것 같아요. 사실 경기 티켓이나 비행기 티켓이 얼마인지 제대로 알아보진 않아서 500만 원이면 충분할지는 모르겠네요.
반대로 민규 님에게 무제한의 돈이 주어져서 딱 한 번의 소비를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자산도 살 수 있나요? 그렇다면 제가 살 집을 살 것 같아요.
살고 싶은 동네도 있어요?
한남동? 원래 좋아하는 동네예요. 좋아하는 식당이나 바도 많고요.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고, 돈을 안 아끼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잖아요. 그런 일에는 저한테 쓰는 돈처럼 계산을 많이 하지 않게 돼요.
Interview 송수아⋅김수지, Edit 송수아, Visual 심석용, Title Design 권영찬, Video 김창선, Photo 성의석, Assist 정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