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제도의 취약점을 흔들리는 집 모양으로 표현

<흔들리는 전세 제도>를 시작하며

‘욕구계층이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가 1943년에 주창한 이론으로, 인간의 욕구가 중요도에 따라 낮은 수준부터 높은 수준으로 단계별로 올라간다는 내용이에요. 피라미드 모양으로 나뉜 칸 아래부터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 및 애정 욕구, 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 자아초월 욕구가 적힌 그림을 한 번쯤은 접하셨을 거예요.

<흔들리는 전세 제도>는 불편한 마음으로 준비한 토스피드의 시리즈입니다. 앞서 언급한 매슬로의 욕구계층이론에 따르면 두 번째로 낮은 단계가 안전 욕구인데, 그 안에는 주거, 재정, 건강 등의 항목이 들어있거든요. 그리고 주거는 크게 자가, 전세, 월세로 나뉩니다. 왜 하필 전세 제도를, 그것도 흔들린다는 부정적인 제목으로 표현했을까요? 이유는 앞으로 연재될 아티클을 통해 전하겠습니다.

‘전세사기’는 실은 전세 제도만큼이나 그 역사가 오래됐어요. 심지어 1930년대에도 전세 사기범에 대한 기록이 있고요. 하지만 이렇게 피해자가 늘어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건 최근 1-2년 사이의 일입니다.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이 지난해에만 1조 2,000억 원, 올해는 그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경찰은 2022년 7월부터 전세사기 특별 단속을 진행 중인데, 피해자 절반이 20~30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사는 서민에게 피해가 집중됐다고 밝혔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OECD에서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LI)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여러 웰빙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요. 교육, 건강, 시민 참여에서 평균을 넘었고, 환경의 질, 사회적 관계, 삶의 만족도는 평균보다 낮았어요.

“만족스러운 주거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은 삶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입니다. 주거는 쉼터와 같은 기본 욕구를 충족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단순히 벽과 지붕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주택은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사생활과 개인 공간이 있는 잠자고 쉴 수 있는 곳, 가족을 키울 수 있는 곳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런 모든 요소는 집을 집답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사람들이 적절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OECD, Better Life Index)

‘더 나은 삶의 질’을 따지는 시대에, 한국 사회의 주거 환경은 여전히 위태로워 보입니다. 주거 환경이 흔들리는데 어떻게 내 집에 대한 꿈을 꾸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흔들리는 전세 제도>를 통해 각 부동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세 제도가 가진 구조적 한계, 법적 허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 계약을 해야 한다면 어떤 걸 확인해야 하는지 등을 담았어요. 저자에 따라 다소 내용이 급진적이거나, 쓴소리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더 이상 피해를 보는 분들이 없도록 돕는 데 필요한 내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더 이상의 주거와 관련한 안타까운 피해가 없길 바라며, 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Words 손현 Graphic 조수희, 함영범

본 글은 2023년 5월 22일 기준으로 최초 작성되었으며, 2024년 3월 18일 기준으로 주요 뉴스가 추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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