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보는 노부부

노후 준비에 관한 고민, 전문가 Q&A로 해결하기

by 영주 닐슨

2017년, 한국에 해외 자산운용사의 TDF 상품이 처음 도입되던 시기, 영주 닐슨 교수는 연금과 노후 대비에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어요. 당시 국내 한 자산운용사에서 자문 활동을 하며 나와 가족들의 은퇴 준비를 넘어 한국 사람들의 연금과 노후 대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해요.

미국 월가에서 15년 이상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문가로 활약했던 그는 현재 ‘한국퇴직연금데이터’를 설립하고, 퇴직연금 관리 및 노후 준비를 돕는 서비스 ‘글라이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개인의 노후 준비를 돕는 일이 커리어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하죠.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가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노후 준비 방법을 들어봅니다.

1. 2024년 초 <노후 준비 액션플랜> 시리즈를 시작할 때, 독자들에게 어떤 점을 가장 강조하고 싶으셨나요?

이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이라는 단어는 미디어뿐만 아니라 버스 광고판이나 고층 빌딩의 외벽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덕에 대중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금융사나 미디어를 통해 퇴직연금 운용과 관리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상품에 초점이 맞춰진 단편적인 정보만 접하면 노후 대비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1화 ‘은퇴 후의 삶, 준비를 시작했나요?’부터 퇴직연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차근차근 학습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순서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큰 그림을 그려보고 연금 상품들을 활용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나만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기 위해서요.

2. 은퇴 준비까지 가는 여정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젊은 층이 공무원을 선호한다는 것이었어요. 최근에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선호했던 이유는 직업의 안정성과 은퇴 후 평생 지급되는 연금 때문이었죠. 하지만 공무원 연금은 일하는 동안 한 달도 빠짐없이 납부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연금의 핵심은 연속성인데, 퇴직연금에서는 이런 연속성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인의 노후 준비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기도 한데요, 투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서도 장기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워요. 많은 사람들이 30년 이상 꾸준히 모으고 투자하는 개념보다는 단기 수익률에 집중하고, 은퇴 자금을 자녀 교육 등 다른 용도로 써버리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또 다른 유의점은 투자 방식의 극단성이에요. 일부는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해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또 일부는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원금보장형 상품에만 투자해 퇴직연금 계좌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이 같은 습관은 연금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장기적인 노후 준비를 어렵게 만들어요.

✱3~10번 질문은 토스앱 내 ‘오늘의 팁’을 통해 남겨주신 고민 중 가장 많이 중복되는 8가지에 영주 닐슨 교수가 답했습니다.

3. 노후대비를 국민연금으로만 해도 될까요?

2023년 1월 기준, 국민연금의 월평균 수급액은 61만 7,603원에 불과합니다. 이는 최소 노후생활비로 추정되는 124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에요. 국민연금만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기엔 부족하다는 사실이 명확하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목표는 40%이에요. 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한 달 생활비가 300만 원인 경우 국민연금이 약 120만 원을 충당해줄 거라고 예상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기에, 국민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4. 만약 교수님께서 지금 사회초년생이라면, 어떤 상품에 가입하실 건가요?

제가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20대라면, 그리고 회사에서 퇴직연금을 제공하고 DC형과 DB형 중 선택할 수 있다면 DC형을 선택해 직접 이런저런 운용 지시를 해보면서 경험을 쌓을 거예요. 그리고 세제 혜택을 최대한 활용할 겸 IRP나 연금저축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연금 자산을 쌓아가려고 할 거예요.

사실 저는 20대였을 때 비슷한 선택을 했어요. 공부를 마치고 첫 직장을 잡자마자 미국의 DC형 퇴직연금인 401k를 시작했거든요. 이후 방금 말씀드린 방법을 그대로 실천했어요. 결과가 궁금하시죠? 지금까지 꾸준히 준비한 덕분에 안정적인 은퇴를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만약 회사에서 DC형을 선택할 수 없다면 IRP 계좌를 개설해 직접 투자해보는 게 좋아요. 공무원이든 프리랜서든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IRP에 가입할 수 있답니다. 소액이라도 매달 꾸준히 납입하면서 IRP를 통해 직접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사회초년생일 때부터 시작하면 좋아요. 30년 이상 일하면서 자산을 관리하고 투자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일입니다.

5. 월급 대비 연금으로 투자하는 비율은 얼마 정도가 좋을까요?

보통 전문가들은 월급의 10~20%를 노후 자금으로 저축하거나 투자하라고 조언해요. 사실 직장인의 경우 이미 소득의 4.5%는 국민연금으로, 또 일부는 퇴직연금으로 자동납부 되고 있어요. 너무 부담되지 않도록 월급의 10% 내외를 추가로 IRP 계좌 등에 납부해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월급이 200만 원이라면 매달 20만 원을 IRP에 넣는 거죠.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혜택이기도 합니다.

연금은 중도 해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처음에는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넣다가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는 연령대가 되면 비중을 점점 높여야 해요. 젊을 때는 복리의 효과를 활용할 시간이 충분하지만, 은퇴 직전에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목표 자산을 달성할 수 있어요.

6. 개인사업자에게 노후 준비 방법을 추천하신다면요?

한국의 퇴직연금 제도는 개인사업자에게도 IRP 가입을 허용하고 있어요. 고용주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더라도 연금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소상공인이라면 IRP 외에도 노란우산 공제를 활용할 수 있는데, 이것은 개인사업자가 퇴직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공제 제도예요.

노란우산은 연간 최대 600만 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고, 월 5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납부할 수 있어요. 납부 방식은 월납 또는 분기납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IRP와 달리 투자형 상품이 아닌 예금 형태로 운용되고, 2024년 기준 약 3.3%의 수익률을 제공해요. 이러한 특성 덕분에 퇴직금 마련뿐만 아니라 목돈을 모으기 위한 용도로도 적합하죠. 노란우산은 투자 개념이 강한 IRP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두 제도를 병행하면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세제 혜택과 노후 자금 준비를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7. 30년 뒤 노후 생활비는 얼마가 필요할까요?

노후 생활비를 간단히 계산하려면, 은퇴 후 생활비 감소를 고려해 현재 생활비의 약 70%를 기준으로 잡아보세요. 정확한 계산법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필요한 금액의 감을 잡는 데는 유용합니다.

2023년 1월 국민연금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부부 기준 적정 생활비는 월평균 277만 원이라고 해요. 또,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한 가구주와 배우자(2인 가구)의 월평균 적정생활비는 324만 원, 최소생활비는 231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277만 원, 324만 원, 현재 내 생활비의 70%라는 세 가지 기준을 참고하면 은퇴 후 나에게 필요한 돈을 가늠해볼 수 있죠.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물가상승률인데요, 물가상승률을 매년 3%로 가정한다면 이를 적용해 2050년에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해봐야 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의 금액뿐 아니라 미래의 경제 상황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노후 자금 목표를 세울 수 있어요..

8.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라는 3단계 연금 가입 외에, 노후 대비를 위해 추가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3단계를 모두 챙기고 있다면 이미 너무 잘하고 계신 거예요. 보통 개인연금 상품 중 수수료가 너무 비싼 것들도 있어서 배제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오랫동안 보유하면 수수료도 많이 상쇄된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3단계를 잘 쌓고 있는 분이라면, 이제 딱 두 가지가 남았을 거예요. 요즘 자격증을 많이 따시는 것처럼 은퇴 이후에도 추가 소득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강입니다.

9.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데도 디폴트옵션을 설정해야 하나요?

디폴트옵션은 내가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고 있더라도 반드시 설정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100% 투자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디폴트옵션을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되니, 잊지 말고 선택하세요.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약 400조 원 중 90% 가까이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인데요. 자신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면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디폴트옵션 상품 중 초저위험이 아닌 옵션을 선택해보길 권합니다.

디폴트옵션은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으로 분류돼요. 초저위험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만 구성되지만, 고위험 옵션으로 갈수록 TDF와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높아져 수익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하기 어렵다면, 잘 설계된 디폴트옵션 상품 중에서 적합한 것을 골라보세요. 디폴트옵션은 내가 가입한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에 가입했다면 A증권사가 제공하는 디폴트옵션 상품만 고를 수 있어요. 일부 사업자는 최대 10개의 디폴트옵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만약 은퇴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면, 고위험군 옵션을 선택해 연금에 적립한 금액만큼은 공격적인 투자를 고려해보세요. 처음에 잘 몰라 초저위험으로 설정했더라도, 지금 내가 은퇴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고려해 다시 선택할 수 있으니 그대로 두지 말고 조정하시길 바랍니다.

10. 연금을 많이 받으면 다시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세금은 언제나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예요.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세율 차이, 연금 수령 나이, 연금 수령 총액, 연금 외 소득 유무 등에 따라 세액이 달라집니다. 연금소득도 소득이므로, 소득이 많을수록 소득세도 많이 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국세청을 참고한 뒤 나의 경우를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테니, 오늘은 절세를 위해 알아둬야 할 몇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연금 소득의 종류에 따른 과세 방식

앞서 말씀드린 연금 3단계는 공적연금(국민연금)과 사적연금(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나뉘고, 과세 방식이 달라요. 공적연금은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입니다. 연간 1,200만 원까지는 비과세되지만, 초과분은 과세돼요. 사적연금은 분리과세(연금소득세) 또는 종합소득세로 과세됩니다. 일반적으로 연간 1,500만 원까지는 낮은 세율(5.5%)이 적용되고요.

절세를 위해 알아둬야 할 것들

1. 1년에 받는 연금소득이 총 얼마냐에 따라 최대 900만 원까지 연금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과세 표준을 낮춰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연금소득 350만 원 이하: 전액 공제

350만 원 초과~700만 원 이하: 350만 원 + 초과분의 40%

700만 원 초과: 500만 원 + 초과분의 5%

2. 사적연금 소득이 연 1,500만 원 이하일 때는 세율이 낮으므로 연금 수령액을 조정해 이 구간을 활용하세요. 연 1,500만 원이 넘는 경우 분리과세와 종합소득세 신고 중 세금이 낮은 쪽을 따져 선택해야 합니다. ✱2024년 1월 1일부터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연금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과세 기준이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상향되었어요.

분리과세: 연간 1,500만 원까지 낮은 세율(5.5%~15%)로 과세됩니다.

종합소득세 신고: 다른 소득(공적연금, 부동산 임대소득 등)과 합산해 신고합니다. 연금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많다면 분리과세가 유리할 수 있어요.

3. 사적연금 세율은 70세 이전 5%, 70~79세 4%, 80세 이상 3%이기는 하지만, 여러 연금 상품을 가입한 경우 동시에 받으면 소득이 높아져 세율이 올라갈 수 있으니, 수령 시점을 조율해 세금을 최적화해야 해요.

4. 부부가 각각 연금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연금을 분산 수령해서 종합소득 기준 금액을 낮춰 세율을 줄일 수 있어요.

5. 연금 관련 세법은 매년 변화할 수 있으니 최신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 시 세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Edit 주소은, 김현미(아이랩) Graphic 조수희

영주 닐슨 에디터 이미지
영주 닐슨

모두가 인생 설계를 통해 안정적인 은퇴를 맞이하도록 투자, 관리, 인출 플랜을 돕는 아이랩을 설립하고 '글라이드(www.glide-path.org)'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인공지능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월가의 JP모건, 시티그룹 등에서 15년 이상 알고리즘 트레이딩 헤드와 헤지펀드 최고투자책임자로 일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글로벌 경영전문대학원의 재무 분야 교수이자, AI MBA 학과장이다.

필진 글 더보기
0
0

추천 콘텐츠

지금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