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질문들⟩ 여름호: 청소년의 모험 

by 사소한 질문들

‘사춘기의 뇌’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인간의 뇌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여자는 20대 중후반, 남자는 서른 즈음에야 완성된다는 것이었어요.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한 지 몇 년 뒤에도 우리 뇌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던 거죠. 뿐만 아니었어요. 어린이나 성인에 비해 청소년의 수면 호르몬은 더 늦은 시간에 분비되고(아침잠이 많아지고), 딱 한 명의 어른만 자신의 말을 들어주면 스스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실험 결과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알았어요. 청소년과 어른이 된 나 사이에는 오해가 있다. 그리고 그 오해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갈등이 해소된다는 것을요. 

매년 8월 12일에 돌아오는 ‘국제 청소년의 날’은 평소 돌보지 못한 청소년 문제들을 개선하고 청소년의 복지·생계 향상을 목표로 UN이 제정했습니다. 청소년의 문제를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코로나가 불러온 학력 격차, 상상력이 부족해지는 교육 환경, 학교 폭력,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자살.* 한창 승모근 말랑할 나이에 짊어진 고민이 왜 이렇게 무거울까요. *출처: 여성가족부의 ‘2021 청소년 백서’

밀레니얼 세대, Z세대, 그리고 지금의 알파 세대가 오는 동안 문제로 지적된 것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가슴 한편이 답답하지만, 분명한 변화도 목격됩니다. 삶을 단단하게 지지해줄 주체적인 금융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청소년들도 알고 있고, 디지털 환경 변화로 금융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과거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경제활동을 꿈꾸거나 실행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죠. 청소년기를 생각하면 누구나 서툴었던 나를 떠올리기에, 청소년의 금융생활이 여전히 보호자들이 이끄는 범위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오해한 것은 어른들뿐이었는지 모릅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했지만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해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히는 ⟨사소한 질문들⟩. 이번에는 청소년의 날을 빌려 경제활동, 자립, 경제교육, 소비 심리를 둘러싼 청소년의 모험을 따라가 봤어요.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지고 싶다는 야무짐, 내가 얻은 정보는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고 싶은 선함, 자신이 바라는 사회를 위한 투자까지 고민하는 현명함, 10대가 겪고 있는 모든 금융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끈기를 발견할 때마다 어쩐지 청소년들에게 미안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전두엽은 아직 성장 중이지만 곧 1인분의 몫을 해내기 위해 애쓰는 청소년 옆에 서서, “그때가 좋-을 때다”의 ‘좋을 때’를 만드는 꿈, 같이 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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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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