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이 늘어나면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될까?

오늘날 인류는 문자 그대로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극히 예외적인 몇몇 나라나 무력분쟁 상황이 아니라면 누구나 외국 여행을 할 수 있고, 외국에 체류하거나 정착해 살 수도 있습니다. 세계화는 상품과 자본과 사람의 이동을 제약하는 문턱을 크게 낮췄습니다. 세계의 뉴스와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됩니다. 다른 나라의 음식과 문화는 꼭 그 나라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 고소득 다문화사회

한국의 거리와 일상생활 공간에서 외국인을 만나거나 어울리는 일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법무부 출입국 관리 통계를 보면, 2022년 9월 말 기준 한국의 체류 외국인은 217만 2천여 명. 전체 인구(5163만 명)의 4.2%로, 다문화사회(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이 5% 이상인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국적과 체류 목적도 매우 다양합니다. 체류자 수 상위 15개국만 살펴볼까요? 중국, 베트남,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네팔, 몽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일본, 미얀마, 캐나다 등입 니다. 체류 자격은 재외동포(대부분 중국)와 취업(외국인 노동자)이 가장 많고, 유학과 결혼 이민이 뒤를 잇습니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도 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세계화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급격한 변화입니다. ✱다문화 청소년을 포함해 자신이 직접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이주한 경험이 있거나,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 출신인 가정의 자녀,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북한이탈주민인 가정의 자녀 중 9~24세에 해당하는 모든 청소년을 포함한 개념이 ‘이주배경청소년’이다.

한국이 남북 분단과 군사적 대치라는 지정학적 불안이 상존함에도,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고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며 더 나은 삶을 꿈꿉니다. 그 가장 큰 동력은 한국의 경제력입니다. 한국은 불과 반세기 남짓한 짧은 기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주요 20개국(G20)의 지위를 얻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로 급속하게 성장했습니다.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성공적입니다. 2021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516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소규모 산유국이나 도시국가를 뺀 인구 1,000만 명 이상 국가에서는 세계 11위 수준의 고소득 국가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경제, 더 나아가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도전도 적지 않습니다. 경제선진국이 공통으로 겪는 성장률 정체,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고착화하는 경제·사회적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노동시장의 취업난과 고용 불안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심각합니다. 통계청의 최신 인구동향 집계를 보면, 2022년 3분기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또다시 갱신했습니다. 신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자연 감소도 35개월째 이어졌습니다. 

앞서 ‘2021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총인구는 5174만 명으로 전년 대비 0.2% 줄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감소한 것은 194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인구 통계를 작성한 이후 72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70년에는 한국 인구가 1979년 수준인 3700만 명대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절대 인구 감소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구 구조입니다.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에선 취학 연령대의 아이들이 급감하면서 문을 닫거나 통폐합하는 학교들이 속출합니다. ‘지방 소멸’에 대한 우려도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젊은이가 줄어들고 나라가 늙어가는 현상은 노동력 부족과 직결됩니다. 경제활동 인구가 줄고 부양 부담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중대한 위기 요인입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고령화 사회(7% 이상), 고령 사회(14∼20%), 초고령사회(20% 이상)를 구분합니다. 2022년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한국의 고령 인구는 901만 8000명으로 전체 인구(5162만 8000명)의 17.5%를 차지했습니다. 고령화 추세도 가팔라서, 2025년에는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생산연령 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유소년+고령 인구)를 뜻하는 부양비도 2020년 38.7명에서 불과 20년 뒤인 2040년에는 갑절(76명)로 급증하고, 2060년에는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각각 1명씩의 피부양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노동력 수입, 선택이 아닌 필수 

앞서 본 대로, 2022년 9월 말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17만 2천여 명입니다. 그중 ‘외국인 노동자’인 취업자격 체류자가 43만 3천 명, 결혼 이주자는 거의 17만 명입니다. 비자 기간이 만료된 서류 미비자(불법체류)도 40만 2700여 명이나 됩니다. 약 100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공장과 농장, 가정에서 한국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건설현장, 농어촌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인력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들이 없으면 한국인의 식탁에 상추와 깻잎, 돼지고기와 신선한 해산물이 제때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이 없으면 금속 가공공장의 선반 상당수가 멈추거나 용접봉에 불꽃이 튀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의 경제 효과를 계량화한 연구가 아직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는 일반인의 상상 이상입니다. 2016년 12월 국제이주기구(IOM)의 이민정책연구원은 정책보고서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 효과⟩에서, 그해 외국인 노동자 99만여 명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생기는 경제유발 효과가 74조 원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생산 효과(54조 6천억 원)와 소비지출 효과(19조 5천억 원)를 합친 결과입니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외국인 근로자는 유입국 입장에서 볼 때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에 따른 거시경제적 효과는 양(+)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사 시점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인 월 190만 원, 총임금은 22조 5829억 원이었습니다. 이들이 국내에서 지출한 총소비는 9조 3316억 원이었으며, 나머지 13조 5497억 원은 모국으로 송금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임금의 40%는 한국에서 생활비로 지출하고, 60%는 모국에 송금하는 것으로 가정한 수치입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 취업자 수 증가 폭과 임금 증가율을 토대로 한 향후 추정치도 계속 늘어나, 2026년에는 162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불과 10년 만에 두 배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민자 유입 증가의 배경으로는 “저출산에 의한 생산가능인구와 총인구 감소, 고령화에 따른 부양비 증대, 노동 수급의 미스매치(불일치), 산업기술인력 부족 등”을 꼽았습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이민확대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도, “노동공급 확대가 잠재성장률 제고의 필수조건으로 대두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늘어나는 사회적 부양비를 낮추기 위해서도 이민 확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이미 이민은 어느 나라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보편화한 현상”이라며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들을 대체하더라도, 내국인 근로자와 취업 경쟁을 벌여 국내 고용률을 낮추는 등의 부정적 영향은 적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습니다.

이주는 성장과 생산성 향상 촉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는 다른 경제선진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제선진국으로의 이주가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며 “이주가 일반적으로 이주 수용국의 경제성장과 생산성을 개선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이민자 유입은 중단기적으로 경제생산과 생산성을 모두 증대시키며, 총고용에서 이주노동자 수가 1% 늘어나면 5년 차까지 국내 총생산(GDP)이 1% 늘어난다”는 겁니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수용국에 다양한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는 상보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비숙련 단순 노동자보다 숙련된 기술노동자의 경제 기여도가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서 2015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이주위원회는 ⟨이주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이주자 유입은 인구 증가뿐 아니라 취업과 고용, 임금과 소득, 국가의 기술 기반과 생산성에 막대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이주민은 정부로부터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보다 세금 납부를 통해 정부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주자들이 수용국에서 번 임금소득의 일부를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은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DA),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함께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으로 수혈되는 자본의 핵심 원천이기도 합니다. 한국도 1960~1970년대에 독일에 간호사와 광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에 건설노동자로 대규모 인력 수출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게 벌어들인 외화는 경제 개발의 소중한 종잣돈 구실을 했습니다. 

2022년 11월 세계은행은 ⟨이주와 개발 브리프⟩에서 올해 전 세계에서 중·저소득 국가로 유입되는 송금액이 전년보다 5% 늘어난 6260억 달러(약 8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특히 인도는 1000억 달러를 돌파해 역대 최대 규모의 외화 수입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단일국가로 들어오는 국외 송금이 연간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제 송금의 대부분은 상대적 빈곤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부유한 나라에서 벌어들인 임금입니다. 이주자 국제 송금은 저개발국 빈곤층 가구 수입의 30~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며, 공적 개발원조나 직접투자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국제사회의 부를 재분배하는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세계은행의 ‘글로벌 사회보장과 일자리’ 책임자인 미카엘 루트코스키(Michal Rutkowski)는 “이주자들은 송금을 통해 가족을 부양할 뿐 아니라  이주 수용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포괄적인 사회보호 정책은 노동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소득과 고용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이런 정책은 송금을 통해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출처=세계은행

우리는 모두 이주자의 후손

지구촌 인류 대다수는 이주자의 후손입니다. 멀게 보면 수백만 년 전 아프리카의 초원에 살던 인류의 조상은 혹독해진 기후 변화와 열악해진 환경을 피해 유럽과 중동을 거쳐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이주를 설명하기 위해 너무 멀리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국가 간 이주는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질적인 국경 통제는 거의 없었고, 사람들은 이방인을 환대했습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데 필요한 공식 증명서 따위도 일반화하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1차 세계대전과 함께 바뀌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국가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총력전이었습니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관리, 통제가 강화됐고, 사람들은 외국에 입국할 때 그 나라의 허가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자기 나라에서 나가거나 다시 들어올 때도 자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출입국 통제 시스템이 일반화됐습니다. 

국제이주기구는 ‘이주’를 “국경을 넘었거나 혹은 특정 국가 내에서 사람이나 집단이 이동하는 것. 그 기간과 구성, 원인에 상관없이 어떤 형태의 인구 이동이든 포괄하는 개념으로, 난민, 이재민, 경제적 이주자, 그리고 가족 재결합 등의 목적을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을 포함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주자(migrant)는 “이주한 이유가 자발적이든 자발적이지 않든, 그리고 이주 방법이 일반적이든 일반적이지 않든 관계없이 외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입니다. 1년 미만의 단기 이주자라 하더라도 농장에서 일하거나 농작물의 수확을 위해 짧은 기간을 여행하는 계절 농장 노동자는 이주자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이런 개념은 “자신이나 혹은 가족의 더 나은 물질적 사회적 조건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국가 혹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과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주는 이처럼 주거와 생존을 위한 모든 이동을 폭넓게 아우릅니다. 이주는 더 나은 삶의 질을 기대하며 삶의 일정 기간 또는 전체를 걸고 새로운 생존의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는 결단입니다.

이주는 그 이유에 따라 자발적 이주와 강제 이주로 나뉩니다. 자발적 이주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적인 소득 격차 때문입니다.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 국민이 자국보다 더 부유한 나라에서 일자리를 구해 더 높은 소득을 올리려는 욕구는 자연스럽습니다. 이주의 배출 요인입니다. 이런 배출 압박이 이주 수용국의 노동력 부족 또는 저임금 노동력 선호라는 흡인 요인과 맞아 떨어질 때 이주 노동, 다시 말해 노동력 이주가 발생합니다. 이주 목적지가 최상위 수준의 부유국일 필요는 없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출신국보다 더 부유하기만 하면 됩니다. 노동의 국가 간 수요공급 원칙입니다. 극단적 사례이긴 하지만, 2022 월드컵 축구 경기 주최국인 카타르는 전체인구 약 300만 명 중 85%가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주권국의 이주자 수용은 경제논리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종교·정체성 등 다양한 변수들이 맞물리는 까닭에 정책적으로 통제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소득은 선진국, 이주민 인권은 후진국 

한국은 2004년부터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노동력을 구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해마다 각 산업 분야별로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 수를 추산해 공고합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외국인들은 한국어 능력 시험(TOPIK)에서 기준점수 이상을 획득해야 합니다. 

한국어 시험, 건강검진, 비자 발급 등의 문턱을 넘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허용되는 체류 기간은 최초 3년이며, 사용자가 재고용을 원할 경우 추가로 1년 10개월을 연장해 최장 4년 10개월까지 한국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고용주의 허락 없이는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장기 정주화(定住化)를 방지하고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목적인데, 이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인권 침해 논란을 낳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2021년 12월 해외문화홍보원이 세계 23개국 시민들의 설문 조사 결과를 발간한 ⟨2021 국가이미지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국가이미지는 긍정 80.5%로 상당히 높은 호감도를 보였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평가하는 국가이미지가 높게 나타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도 대체로 긍정적이며 우호적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가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는 어떨까요? 여전히 국적, 피부색, 신분과 직업에 따른 편견과 차별이 매우 심한 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줄임말인 ‘외노자’는 온라인 공간에서 경멸하는 명칭으로 쓰입니다. 흑형(흑인), 짱깨(중국인), 똥남아(동남아시아), 개슬람(아랍·이슬람권) 등 외국인 노동자의 출신국이나 외모, 종교 등을 노골적으로 낮춰보는 혐오 표현도 거침이 없습니다. 그들이 없으면 제조업과 농축산, 어업 등 기초 산업 분야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인데도 그렇습니다. 스리랑카 출신 니로샨은 한국에서 12년을 일한 ‘용접의 달인’이지만 “10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인 “나의 두 번째 나라” 한국에서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귀국을 결심했습니다. “요양원 어르신들과 함께한 잔치의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 채. (이란주, ⟪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한겨레출판).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을 단지 ‘돈 벌러 온 빈곤국 사람’,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밖으로 빼돌리는 집단’으로만 여긴다면, 이주노동자들도 실제로 한국사회를 그렇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으며 ‘노예 계약’으로 불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들 상당수는 본국에서는 상당 수준의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 인력이기도 합니다. 경제 논리로만 봐도 서로 고맙고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오늘날 한국은 외국인 이주자들에게 충분히 품을 내어줄 정도로 발전하고 성숙한 나라가 됐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처우와 복리를 적극 개선하는 것, 나아가 최소한 체류기간 동안이라도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의 길입니다. 

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조수희, 엄선희, 함영범

Writer 조일준 ⟨한겨레⟩ 문화부, 여론팀장, 사회부, 국제부, 책지성팀장을 거쳐 ⟨한겨레21⟩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1년 2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 열기의 생생한 현장을 지켜봤다. 2015년 11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동시다발테러 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전했다. 중동과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뉴스를 보도하면서 이주와 난민 문제, 나아가 세계 시민의 삶에 부쩍 관심이 커졌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국제이주연구소ISIM에서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저서 ⟪이주하는 인간 호모미그란스⟫(2016)는 다수 언론에 소개되고, 문화부 선정 ‘이 달의 추천도서’와 세종도서로 선정됐다.

- 해당 콘텐츠는 2022. 12. 14.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소한 질문들⟩ 겨울호: 이방인으로 살아남기

1. 해외생활 주거비, 식비, 교통비, 병원비까지, 얼마면 될까? 2.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금융생활을 어떻게 할까? 3. 이주민이 늘어나면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될까? 4. 유럽에 살면 워라밸을 지킬 수 있을까? 5. 김치 팔러 나섰던 <파친코> 선자는 끝내 행복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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