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1,000억 번다는 민희진, 무슨 뜻일까?

by 월간 토스픽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이슈를 요약하고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월간 토스픽>. 이번 달 키워드는 ‘하이브와 민희진'입니다.

지난 4월 22일,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감사를 착수하면서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의 갈등이 세상에 알려졌어요. 감사 사유는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를 모의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었죠. 이후 하이브는 어도어 내부 문건에 탈취 시도 증거가 있다, 민희진 대표는 그런 시도를 한 적 없으며 하이브 신인그룹의 뉴진스 카피를 문제 제기하자 해임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4월 25일 민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어요. 직설 화법으로 억울함과 뉴진스에 대한 진심을 표현해 화제를 모았고 여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로도 하이브는 민 대표에 횡령 의혹을, 민 대표는 하이브에 불법 감사를 주장하는 등 공방을 이어갔고요. 그러는 동안 뉴진스는 새 앨범 〈How Sweet〉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해 다시 한번 각종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했고, 한편으로 법정에서는 민 대표의 해임과 관련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 결과는 일단 민 대표 측의 승. “배신적 행위는 있었으나 배임 행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직후에 열린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 해임 안건이 통과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기존 어도어 사내이사 두 명은 해임됐고 하이브가 추천한 세 명이 새 사내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에 민 대표의 해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화해의 손길을 내민 민희진 대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하이브, 그 가운데 혼란스러울 소속 아티스트들, 그들의 무사와 승승장구를 기원하는 팬들, 하이브의 주가가 더 이상 출렁이지 않았으면 하는 주주들까지 K-엔터산업을 둘러싼 여러 입장이 얽힌 이 뉴스는 현재 진행형이에요.

월간 토스픽에서는 뉴스를 지켜보며 “민희진이 사원으로 입사해서 SM 등기이사까지 되었다던데 얼마나 대단한 거지?”, “가만히 있어도 1000억 원을 벌 수 있었다니 풋옵션이 뭐길래?”, “멀티레이블 때문에 집안싸움이 난 건가?” 등 눈치껏 이해했지만 정확하게는 몰랐던 민희진 대표의 커리어, 계약 관계, 하이브의 사업 구조와 관련한 주요 용어를 총정리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1,000억 번다는 민희진, 무슨 뜻일까?

SM 공채에서 CEO까지

2000년대 초 ‘소녀시대'의 그룹명이 정해지자, 한 공채 신입사원이 당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게 전설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입니다. 소녀시대의 콘셉트는 어떠해야 하는지 이미지맵을 직접 만들어 설명했죠. 프레젠테이션의 주인공은 평사원에서 SM엔터테인먼트 ➊등기이사까지 오른 민희진 어도어 대표입니다.

출처: SM엔터테인먼트

민 대표는 소녀시대, 샤이니, f(x), 레드벨벳, 엑소 등의 콘셉트를 담당해 남다른 비주얼과 세계관을 만들며 실력을 인정받습니다. 2019년에는 하이브(HYBE)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➋CBO로 합류해 신사옥 디자인을 총괄하며 다시 한번 실력을 입증하죠. 민 대표는 2021년 출범한 하이브의 레이블인 어도어(ADOR)의 ➌CEO로 선임돼 뉴진스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킵니다.

민 대표의 연봉도 화제가 되었는데요. 하이브 박지원 ➍대표이사의 연봉(5억 900만 원)보다 많은 5억 2,600만 원. 민 대표는 4대 빅 엔터회사에서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은 유일한 여성이기도 합니다.

➊등기이사 회사 등기부등본에 등록된 이사를 말합니다. 자본금 10억 이상인 주식회사는 법적으로 등기이사를 최소 3명 이상 두어야 하는데요. 등기이사가 모인 그룹을 ‘이사회'라고 해요.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기면,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합니다. 즉, 등기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해요. 전무이사, 상무이사처럼 직급에 ‘이사'가 붙어있다고 해서 모두 등기이사인 건 아니에요. 따로 임명을 받아야만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고,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은 경우에는 ‘비등기이사'라고 불러요.

➋CBO(Chief Brand Officer)와 C레벨 최고 브랜드 책임자. 브랜드 전략과 관련된 주요 책임을 맡은 임원입니다. 회사에서 C로 시작하는 여러 직책의 임원을 볼 수 있는데요. 보통 C레벨이라고 부르고, 기업 내 최고 경영진을 뜻합니다. CEO의 권한을 보충 또는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임원들의 역할을 분담하며, C레벨은 회사의 주요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요.

-CFO(Chief Finance Officer): 재무 최고 책임자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 기술 책임자 -COO(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 운영 책임자 등

회사의 규모와 산업에 따라 다양한 C레벨 직책을 두어요.

➌CEO(Chief Executive Officer)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입니다. 회사의 전략적, 장기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운영을 총괄해요. CEO는 이사회에 의해 임명됩니다. 보통 CEO 하면 대표이사를 떠올리는데요. CEO가 대표이사인 경우도 있지만, 회사에 따라서는 CEO와 대표이사의 역할이 분리되기도 합니다.

➍대표이사 앞서 살펴본 등기이사들의 대표이자, 법적으로 회사의 대표 권한을 가진 이사를 뜻합니다.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집행해요. 보통 이사회를 통해 선출하기 때문에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이어야해요. 대표이사는 여러 명일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공동대표'라고 부릅니다.

가만히 있어도 1,000억 번다? 계약 용어 뜯어보기

하이브는 어도어가 설립된 2021년, 민 대표에게 어도어 총 발행주식의 10%에 해당하는 ➎스톡옵션과 13배수가 적용된 ➏풋옵션을 부여합니다. 여기에 현금 특별상여에 해당하는 5% ➐지분을 추가로 주면서 민 대표는 어도어 지분을 15% 보유한 ➑주주가 됩니다. 1차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가 ‘가만히 있어도 1,000억을 벌 수 있다'고 말한 것은 ‘풋옵션'과 관계가 있어요.

➎스톡옵션 회사가 임직원에게 자기 회사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권리예요. 임직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스톡옵션을 행사한다는 건, 회사 주식을 약속한 가격에 실제로 산다는 뜻이에요. 또한 약속한 일정 기간은 ‘베스팅 기간'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베스팅 기간이 4년이라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은 ‘4년 후에 회사 주식을 약속한 가격에 실제로 살지 말지 결정할 수 있고요. 사기로 결정했다면,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거예요.

➏풋옵션 시장 가격과 상관없이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예요. 회사에 악재가 생겨서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어요. 민 대표의 경우, 미리 정한 가격은 ‘어도어의 2년간 영업이익 평균치의 13배’를 적용한 금액이에요. 이 값을 얼추 계산해 보면 1,000억 원이 나옵니다.  ‘가만히 있어도 1,000억을 벌 수 있다'라고 말한 맥락이 바로 풋옵션 때문인 거죠.

➐지분 주식시장에서 지분은 소유권을 뜻해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15%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그 회사의 전체 주식 중 15%를 갖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갖고 있는 주식 수만큼 회사의 소유권을 가지게 되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생겨요.

➑주주 주식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을 말해요. 어떤 회사의 주식을 1주라도 가지고 있어도, 주주가 됩니다.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를 ‘대주주'라고 하고요. 두 번째로 많은 주식을 소유했다면 2대주주가 됩니다. 어도어의 대주주는 하이브, 2대 주주는 민희진 대표인데요. 하이브 다음으로 민 대표가 어도어의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뉴진스가 데뷔 직후 크게 성공하면서 민 대표는 보상을 요구했고, 2023년 3월 하이브와 민 대표는 ➒주주 간 계약을 체결합니다. 민 대표는 기존 지분 15%에 5%(측근 지분 2% 포함)를 더해 총 20%의 지분율을 갖게 됩니다. 풋옵션은 지분 15%에만 적용된 상태이고요. 나머지 5%는 하이브의 동의 없이 주식을 ❿양도하거나 ⓫매각할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발이 묶여 있는 5%의 지분 때문에 1차 기자회견에서 ‘노예계약'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어도어의 임원으로 있거나 어도어 주식을 1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⓬경업금지 조항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이유로 지분 5%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민 대표는 풋옵션의 배수를 30배로 올리고, 추가된 지분 5%에도 풋옵션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했어요. 하이브는 남은 5%에 대해 풋옵션을 적용하는 것은 받아들였지만, 30배수로 올리는 것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➒주주 간 계약 말 그대로 주주와 주주 사이의 계약입니다. 서로의 권리와 의무, 회사 운영에 관련된 사항들을 명확히 정하기 위해 하는 계약이에요.

❿양도 주식 양도는 갖고 있는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개별적인 거래를 통해 양도가 이뤄지지만, 주식의 소유권을 옮기는 일이기 때문에 계약이나 서면 합의가 필요해요.

매각 주식 매각은 갖고 있는 주식을 공개적으로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식 거래소 등을 통해 이뤄지며, 주식이 대량으로 한꺼번에 매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⓬경업금지 임직원이 퇴사 후, 경쟁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뜻입니다. 경쟁업체에서 일하거나, 동일 업종의 회사를 창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담겨있어요. 금지 기간은 퇴사 후 1~3년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한 지붕 아래 열한 식구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집안싸움이라고 합니다. 싸움의 과정을 요약해 보자면,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모의한 정황이 있다는 이유로 4월 25일 민 대표와 어도어 관계자들을 ⓭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합니다. 하이브는 ⓮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민 대표 해임 건을 논의할 계획이었고, 민 대표는 이에 대해 법원에 주주의 ⓯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고 ⓰가처분 신청을 냅니다. 법원은 5월 31일,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죠. “배신적 행위는 있었으나 배임 행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직후에 열린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 해임 안건이 통과되지 않았어요.

⓭업무상 배임 업무 과정에서 나의 이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지 않아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고의로 회사에 불리한 계약을 체결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면 배임이 됩니다.

⓮임시주주총회(임시주총) 회사의 주주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주요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회의를 주주총회라고 합니다. 법적으로 1년에 한번씩은 꼭 열어야 하는데요. 정기적 주주총회가 아닌, 긴급 사안이나 특정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여는 주주총회를 임시주주총회라고 합니다.

⓯의결권 주주총회에서 주요한 안건에 대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주주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예요. 의결권은 주식 수와 비례하는데요. 1주마다 1개의 의결권을 줘요. 즉, 주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의결권을 갖기 때문에 영향력도 커집니다. 어도어 주식의 80%는 하이브가 갖고 있고, 18%는 민 대표가, 나머지 2%는 직원들이 갖고 있어요.

⓰가처분 신청 다툼이 있을 때, 현재 상태를 유지해 분쟁이 더 복잡해지는 것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거예요. 임시주주총회에서 민 대표 해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고, 민 대표는 ‘잠깐만요. 임시주총에서 내 해임에 대해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 못 하게 막아주세요.'라고 가처분 신청을 냅니다. 법원이 요청을 받아주면 가처분 신청이 ‘인용' 됐다고하고요, 받아주지 않으면 가처분 신청이 ‘기각' 됐다고 해요. 법원은 민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집안싸움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⓱멀티레이블 구조 때문인데요. 하이브는 적극적인 ⓲M&A와 신규 레이블을 만들며 총 11개의 레이블을 가지고 있습니다. 멀티레이블은 특정 아티스트나 레이블의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아티스트와 음악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입대로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이 잠시 멈췄지만 르세라핌, 뉴진스, 투어스 등 여러 신인그룹이 데뷔할 수 있었던 것도 멀티레이블 체제이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레이블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건강한 협업이 가능할지, K팝 산업 발전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⓱멀티레이블 멀티레이블은 하나의 회사가 여러 개의 레이블을 두는 것을 말해요. 레이블은 아티스트의 음반을 만들고 유통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하이브뿐만 아니라, JYP, YG, SM 등의 엔터기업도 멀티레이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⓲M&A 합병과 인수를 말해요. 두 회사가 합쳐지거나,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입니다. 하이브는  국내에선 쏘스뮤직·플레디스엔터, KOZ엔터, 빌리프랩 등 해외에선 이타카홀딩스, QC뮤직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Write 이지영 주소은 Graphic 조수희 이서영

해당 콘텐츠는 2024. 6. 6.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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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토스픽

토스가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이슈를 요약하고,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매일,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흘려보내기 아까운 이야기를 모아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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