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타자기에서 나오는 웹소설 작가 연봉 1억 수표 그래픽

웹소설 작가 연봉은 정말 1억일까?

by 이지영

‘나도 웹소설이나 써볼까?’ 체감상 모두가 잠재적 웹소설 작가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웹소설 작가 연봉이 1억이 넘는다는 뉴스를 보거나, 회사 생활이 유난히 힘든 날, 대(大) 부업의 시대에 나만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거나, 재밌게 본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 웹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종종 이런 농담을 자주 하거나 듣곤 하거든요.

글쓰기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서 그런걸까요. 장비가 필요한 음악이나, 기본기를 쌓아야 하는 그림보다는 내 노트북과 상상력을 무기삼아  ‘웹소설' 쓰기에 도전하고픈 이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혹시 꺼지지 않는 창작욕의 불씨를 품고 있거나, 연봉 1억을 만들어줄 웹소설 쓰기를 꿈꾸고 있다면 마음 단단히 먹고 글을 읽어주세요.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웹소설 작가의 ‘결코 만만치 않은 세계'로 안내합니다.

오묘하고 놀라운 웹소설의 세계

⟨사내맞선⟩ 원작자이신 해화 님은 올해로 12년째 웹소설을 쓰고 계신데요. 웹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해화: 글을 써서 먹고살게 될 줄은 저도 몰랐는데요(웃음). 원래 꿈은 만화가였어요. 만화, 드라마, 문학책을 참 많이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안 돼서 꿈을 접은 상태로 방황을 많이 하면서 지냈거든요. 그렇게 20대가 되었고 우연히 인터넷 소설 카페를 알게 됐어요. ‘나도 이런 거 한번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그 곳에 처음으로 글을 썼어요. 문장도 엉망인 글이었지만 긴 글을 어찌저찌 완결은 했거든요. 처음 쓴 글을 완결했으니 그래도 재능이 조금 있었나 봅니다.

시간이 지나서 30대가 되었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신영미디어라는 출판사 사이트를 알게 되어서 사이트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제가 제이팍을 좋아하는데요. 그때 박재범 씨가 시애틀로 떠났을 때라 마음이 슬퍼서 팬픽처럼 글을 썼던 것 같아요(웃음). 지금 돌아보면 늘 상상해 오던 많은 것들을  무언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 소설을 쓰고 공유하는 사이트를 발견했을 때 보물창고를 발견한 것처럼 가슴이 뛰었어요.

시카고 님은 어떻게 웹소설 PD로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시카고: 저는 처음에는 영화 기획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기업 면접을 보면 매번 이런 질문을 받더라고요. ‘웹소설이나 웹툰 중에 영화화하고 싶은 작품 있나요?’ 그 당시 저는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면접을 볼 때마다 인상 깊게 본 웹콘텐츠에 대한 질문을 받다보니까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영상업계의 흐름이 이미 웹콘텐츠로 가고 있고, 앞으로 콘텐츠의 코어 역시 웹콘텐츠겠다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웹소설에 관심을 뒀어요. 마침 어릴 때부터 즐겨보던 웹소설 플랫폼에서 PD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해서 지금까지 일을 이어오고 있어요.

두 분 모두 다른 꿈을 꾸다가 웹소설 세계로 오셨네요. 이 세계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웹소설 장르를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카고: 웹소설은 크게 남성향과 여성향으로 나뉘어요. 화자의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데요. 보통 소설의 화자가 남자면 남성향, 여자면 여성향이 됩니다. 남성향 웹소설은 무협 판타지, 퓨전 게임, 스포츠,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전쟁 등 다양하게 나뉘고요. 대표적으로 현대 판타지에 ⟨재벌집 막내아들⟩, ⟨전지적 독자시점⟩ 게임에 ⟨나 혼자 레벨업⟩ 무협에는 ⟨화산귀환⟩ 등이 있습니다.

여성향 웹소설은 장르는 대표적으로 현대로맨스(현로)가 있어요. 현대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을 다룹니다. 클리셰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죠.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사내맞선⟩, ⟨김비서가 왜 이럴까⟩ 같은 오피스물이 대표적이에요.

그 다음에는 ‘동양로맨스'가 있어요. 동양을 배경으로 한 시대물입니다. 현실에 없는 판타지적 요소가 섞이는 경우도 많고요. 많은 분이 아시는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유생의 나날들⟩ 같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로맨스판타지(로판)'는 서양을 배경으로 하고요. 귀족/왕족, 마법/이능력, 이종족 등의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상수리나무 아래⟩, ⟨재혼황후⟩ 같은 작품들을 로판으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팬덤 문화에서 시작한 BL(Boys Love), GL(Girls Love) 장르가 있어요. BL같은 경우는 많이 대중화되는 중이죠. 작년 초 웹드라마화 된  ⟨시멘틱 에러⟩, 작년 말 웹드라마로 만들어진 ⟨신입사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많은 장르 중에 해화 님은 현대로맨스를 쓰고 계시는 거군요. 취미 삼아 쓰던 글들을 어떻게 공식적으로 런칭하게 되었나요?

해화: 첫 출간을 했던 작품은 <들키고 싶은 비밀> 이라는 글인데요. 그때는 웹소설, 런칭 이런 단어조차 없던 때였어요. 당시 신영미디어 게시판에 완결지었던 글들을 로망띠끄라는 플랫폼에 올렸다가 출판사에서 컨택이 와서 단행본(e-book)으로 출간하게 됐어요.

내 글로 책을 내고 돈을 벌게 되었다는 생각에 단행본이 나온 날 눈물이 났어요. 당시에는 전업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나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결과를 얻었다는 것 자체에 순수하게 기뻤어요. 첫 정산으로는 20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요. 꽤 큰 돈이었고 제 기준 첫 작품 치고는 잘 됐던 것 같아요.

내 글을 세상에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런칭'은 또 다른 경험이었을 텐데요. 런칭 과정에서는 PD의 역할도 중요하죠? 웹소설 PD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시카고: 한 작품이 세상에 나올때까지 PD는 기획부터 제작, 유통, 홍보까지 전 영역을 함께하게 되는데요.

첫 번째는 트렌드와 시장조사를 먼저 합니다. 요즘 잘 나가는 키워드와 좋은 작가를 찾는 과정이에요. 보통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 리디북스. 3개 플랫폼을 ‘빅플랫폼'이라고 불러요. 빅플랫폼과 무료연재 사이트를 돌면서 조사를 합니다. 빅플랫폼은 요즘 어떤 키워드가 핫한지, 그리고 기성작가와의 계약을 위해 살펴보고요. 무료연재 사이트는 신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봐요.

시장조사를 통해 작가에게 컨택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그다음에 기획을 시작합니다. 기획 과정은  출판사(웹출판을 하는 회사), 작가, PD 개인마다 달라서 어떠한 과정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어요. 베테랑 작가와 작업을 할 때는 이야기의 큰 뼈대가 되는 구조는 건드리지 않고 작은 디테일들을 협의하기도 하고요. 신인 작가의 경우 기획을 PD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초반부 원고와 시놉시스를 작가에게 요청한 후, 작가가 만들어 놓은 큰 틀을 유지하면서 디테일을 논의해 나가는 스타일이에요.

이렇게 기획 과정을 거쳐서 작가가 작품을 어느 정도 쓰면, 완결 예정일과 작품의 특성을 파악해 어느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할지를 논의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채널협의’ 혹은 ‘플랫폼 협의'라고 해요. 예를 들어 1020 독자가 많은 카카오페이지는 로맨스판타지 장르가 주력이고요. 3040 독자가 많은 네이버시리즈는 현대로맨스에 강하고요. 19금 로맨스, BL장르는 리디가 강해요. 업계에서는 ‘카카오핏, 시리즈핏, 리디핏’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죠.

보통 하나의 작품은 하나의 플랫폼에 연재돼요. 1차 독점, 2차 독점 이런식으로 독점 기간을 둡니다. 예를들어 1차에 카카오로 갔다면, 1차 독점시기 까지는 카카오에서만 연재를 하는거예요. 창작자와 출판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대부분 1차에서 가장 많이 나기 때문에 1차 연재 플랫폼을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해요.

요즘에는 부업으로 웹소설 쓰기에 도전하려는 분들도 많은데요. 부업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도 많은가요?

시카고: 여성향 웹소설 작가님들은 70% 이상 웹소설과 본업을 병행하는 것 같아요. 이건 연재 수량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보통 현대로맨스는 한 작품당 70~100화 정도예요. 로맨스판타지는 120~150화, 남성향 판타지는 400~500화까지도 가요. 주7일 연재되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다보니 남성향 웹소설 전업작가 비율이 여성향 전업작가보다 높긴 합니다.

부업이냐 본업이냐를 떠나서 미디어에서 웹소설 작가는 돈을 엄청 많이 버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첫 작품이 대박나서 잘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 꾸준히, 최소한 다섯 작품 이상은 써야 금액이 많든 작든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 수 있는 시작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웹소설을 쓰면 얼마를 벌 수 있을까

현재 해화 님은 ‘웹소설'로만 돈을 벌고 계시나요?

해화: 네, 저는 전업을 한 지 꽤 됐습니다. 전업하기 전에는 회사 다니면서 글을 썼는데 쓰다보니 회사 일이 방해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본격적으로 글만 쓰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만약 수입원이 혼자였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을 텐데요, 남편이 일을 하다 보니 빠른 결정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사실 초반 수입은 부업 정도였어요. 4~5년이 지나고부터 수입이 늘어 맞벌이를 하는 정도로 올라섰고 조금 더 지나고 나서는 혼자 벌어도 될 정도의 수입을 만들었죠.

해화 님도 처음에는 투잡으로 글을 쓰셨던 거네요. 글을 꾸준히 쓰거나, 시간 관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해화: 회사에서 틈틈이 글을 썼는데요(웃음). 사실 ‘진짜 작가가 될 거야!’ 라는 마음이 있었으면 본격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면서 글을 썼을 텐데, 그냥 글이 쓰고 싶었던 거라 체계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진 않았어요. 대신 회사를 그만두고 단행본 출간 후 수입이 들어온 후부터 ‘돈을 더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많은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공부한 것이 있어요. ‘나는 왜 안 될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 사람은 왜 잘 될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그래서 성공한 작가들의 글과 내 글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했어요. 문장부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리는 법, 갈등 해소법 등 작품들을 읽으며 하나하나 공부해 나갔어요. 물론 이렇게 말하면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한 번에 바로 찾은 것 같지만,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었죠. 그래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왜 안 될까’에서 어떤 부분이 안 되는지 구체적인 문제를 먼저 알고 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쓰던 거라서 글 쓰는 시간을 길게 할애할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이 학교 가면 집에서 커피 한 잔 타서 매일 아침 글을 썼어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2~3시간 정도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머릿속으로 다음 날 쓸 글 정리를 하거나 문장 공부를 위해 고전이나 순문학을 읽거나, 시를 필사하기도 했어요. (같은 장르의 글은 마감 중에는 보지 않아요. 그럼 비교도 되고 좌절도 많이 느껴지니까 피하는 게 좋더라구요.)

물론 속도가 붙으면 저녁이건 밤이건 더 쓰긴 했지만 몇 천자 이상 쓰고 나면 반드시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습니다. 그렇지 않고 억지로 쓰다 보면 제 경우는 글이 이상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루틴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거의 이 패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흔히 웹소설을 쓰면 돈을 많이 번다는 환상이 있잖아요. 현실은 어떤가요?

해화: ‘웹소설을 쓰면 돈 많이 번다'가 아니라 ‘웹소설을 ‘잘’ 쓰면 돈 많이 번다’는 말이 맞겠네요. 어느 업계나 1%가 있잖아요. 그들이 많이 버는 겁니다. 웹소설을 쓰기만 한다고 잘 벌지 않아요. 그러나 1%가 있으면 20%, 40%도 있기 마련이라, 저는 20%가 되어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썼어요.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글을 쓴다면, 실망하고 금방 떠나실 수도 있습니다. 한 해에 돈을 많이 벌었다 하더라도 그 다음 해에 또 그렇게 번다는 보장도 없는 곳이다 보니 항상 공부하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글쓰기에 흥미가 있는 분이라면 바닥부터 시작할 각오로 하시길 추천드려요.

시카고: 인기작가 중에는 월에 억 단위를 벌고, 연간 세금만 1억을 넘게 낸다는 작가도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퀄리티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다작을 하는 작가도 많고요. 하지만 그렇게 많이 버는 건 극소수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월에 2~3만 원 정도, 어쩌면 그 이하를 버는 작가님들도 정말 정말 많아요. 어느 경지에 올라서기 위해선 과정을 버텨내는 힘이 정말 중요합니다.

해화 님은 제주에서 생활 하신지 꽤 되셨죠. 부러운 마음으로 질문해 봅니다. 혹시 경제적 자유를 얻으셔서 제주에서 생활하고 계신건가요?

해화: 아, 그건 아니에요(웃음). 제주도에 내려오게 된 건 남편이 제주 생활을 염원해서 회사에서 발령 받아 내려온 것이고요. 저는 어디에서 일해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제주도에 간다고 했을 때 전혀 문제 될 게 없었어요. 제주 생활의 만족감을 살짝 이야기해보면, 신선한 물고기를 언제나 먹을 수 있다! 집 앞 슈퍼에서 한치회 떠서 먹고, 남편이 잡아 오는 고기도 먹고요. 신선한 고기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게 평생 서울에서만 살던 제게는 충격이었어요. 언제든 바다에 갈 수 있고, 한라산을 집에서 볼 수 있고, 삼다수가 싸고, 공기도 좋고. 여러가지로 만족하면서 지냅니다.

해화 작가의 제주도 작업실 풍경 /사진: 해화

웹소설은 많은 분량의 글을 짧은 시간에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해화 님의 집필 루틴이 궁금합니다.

해화: 매일 아침 카페에 출근을 합니다. 하루 2~3시간 글을 쓰고요. 시간 관리는 철저하게 하는 편이에요. 글이 써지든 안 써지든 그냥 출근하고, 글 쓰는 중에는 여행이나 외출은 잘 하지 않아요. 그 외에 시간엔 글에 대한 생각을 하는 편인데요. 하루 종일 생각하고 다음날 2~3시간 안에 4,000자 전후의 글을 토해내는 거죠. 전에는 일주일 내내 그렇게 지냈었는데 쉬는 날이 있어야겠다 싶어서 토요일을 쉬는 날로 정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업실이 있는데 거기 가면 바다 보기 바빠서 글은 결국 집 앞 카페에서 쓰네요(웃음).

유료연재의 경우 작가와 플랫폼, 출판사의 수익배분은 어떻게 되나요?

시카고: 수익배분은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요. 보통은 플랫폼이 3, 작가가 7을 가져가는데요. 유료연재가 진행되는 플랫폼은 유통 수수료로 명목으로 해당 작품 플랫폼 총매출의 30%를 가져갑니다. 그 후, 플랫폼 수수료를 뺀 나머지 총매출(70%)에서 작가와 출판사의 수익 배분이 이뤄지는데요. 보통 작가가 7, 출판사가 3을 가져가지만 출판사 마다 기준은 다를 수 있어요.

그런데 플랫폼에서 기다무(기다리면무료), 단독선공개 같은 메인 프로모션을 하게 되면 작가와 플랫폼의 수익 배분 비율이 달라져요. 비율 역시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 보통 5:5로 갑니다. 프로모션을 할 경우에는 플랫폼에서 작가에게 ‘MG(Minimum Guarantee)’를 주기도 해요. 선인세 같은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요. 플랫폼이 MG를 주고, RS(Revenue Share, 수익배분) 비율을 조정해요. 예를 들어, 플랫폼이 작가에게 MG로 10만 원을 먼저 줍니다. 그리고 프로모션을 진행해 작품을 홍보하고, 수익이 총 100만 원이 나면 MG를 받았기 때문에 조정된 비율인 5:5로 정산을 하는데요. 이때 플랫폼이 MG로 줬던 10만 원을 추가로 차감하는 거예요. 그럼 작가는 40만 원을 받게 되겠죠? 그 40만 원을 출판사와 7:3으로 나누는 식이에요.

해화: 작가 MG는 작가 입장에서 당장 내 손에 들어오는 금액이 올라가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산할 때 다시 차감되는 돈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해요. 작가와 출판사가 수익을 보통 7:3으로 나누긴 하지만, 신인 작가의 경우 6:4의 경우도 있다고 해요. 반대로 유명한 작가의 경우 8:2로 수익을 나누기도 하고요.

정산은 보통 월별로 진행되나요?

시카고: 이것도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보통 정산은 월별로 진행되고요. 지급은 2~3개월 뒤에 됩니다. 1월에 작품 출간을 하면 1월 조회수를 기반으로 유료연재 수익이 3월~4월에 정산되고, 2월 조회수는 5월~6월에 정산되고요. 그런데 1차 독점, 2차 독점 이런 식으로 한 작품이 1~2개월마다 여러 플랫폼을 돌아요.

그래서 유통이 시작되면 작가 입장에서는 수익 출처와 세부내역이 헷갈릴 수도 있거든요. 급여명세서 보면 금액이 항목별로 표기되는 것처럼 작가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에서 몇 회차가 얼만큼의 수익을 냈는지 자세히 볼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규모가 큰 플랫폼이나 출판사는 정산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서 괜찮은데 영세한 출판사는 정산내역을 엑셀로 주기도 하고요. 세부내역 없이 통으로 주는 곳도 있다고 해요. 정산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출판사를 찾아서 계약하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웹소설 정산시스템이 궁금하신 분들은 ‘텐북' 출판사 홈페이지에 가보시길 추천드려요(저 텐북 직원 아니에요). 홈페이지에 작가 샘플 화면이 있는데요. 인세 내역, 정산 내역, 차트 분석 등 실제로 내가 글을 써서 돈을 벌게 되면 어떤 시스템으로 돈이 계산되고 들어오는지 미리 볼 수 있어요.

웹소설 표지 디자인 작가의 저작권은 어떻게 보호되나요?

시카고: 출판사에서 외주디자이너와 계약을 통해 작업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데요. 웹소설에서 표지는 굉장히 중요해요. 특히 유료연재 작품의 경우는 일러스트 표지가.. 요즘 ‘국룰’ 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국룰이에요. 단행본(e-book)은 그래픽 디자인 표지를 해도 되는데, 연재작품은 일러스트가 필수예요.

그런데도 디자이너의 작업물의 경우는 매절*로 계약을 많이 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안타까운 일이죠. 요즘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용역계약서를 쓸 때 매절이 아닌 이용허락으로 계약을 하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이용허락으로 계약을 하게 되면 저작권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있기 때문에 굿즈제작이나 일러스트를 활용해 광고를 하려면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해요. 또 부수적인 수입이 생기면 일러스트레이터에게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금씩 이런 변화들이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이후 저작물을 이용해 얻는 수익을 모두 독점하는 계약

웹소설 유료연재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나요?

해화: 네이버 챌린지리그, 문피아, 조아라 같은 플랫폼에서 무료연재를 하다가 출판사에서 컨택이 오는 경우가 있고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출판사에 직접 투고하는 방법, 혹은 공모전에 도전해 보는 방법이 있어요.

시카고: 작가님이 말씀 주신 무료연재 하다가 컨택을 받는 경우가 가장 보편적이에요.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팁을 드리자면 문피아는 남성향 소설에 강하고요. 조아라는 여성향(로맨스판타지, BL 등)에 강합니다. 플랫폼별로 특화된 장르가 다르니 전략적으로 공략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보통 ‘투데이 베스트'에 들거나, 좋아요 혹은 선작(선호작)이 웹소설 플랫폼 ‘조아라' 기준 5천이 넘으면 가능성 있다고 보거든요. 무료연재하는 작가 중에서도 정말 잘 쓰는 분들은 3편만 봐도 바로 눈에 띄기 때문에 빠르면 5화 내, 늦어도 15화 내 연재를 할때즈음에 이미 웹소설 PD들이 러브콜을 보냅니다.

잘 만든 작품 하나, 열 작품 안 부럽다

다양하게 IP 확장을 해온 ⟨사내맞선⟩. 왼쪽부터 원작 웹소설, 웹툰, 드라마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BS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웹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콘텐츠 IP(지식재산)확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것 같습니다.

시카고: 저는 요즘 원천 IP를 2차화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원작 소설을 토대로 웹툰을 만들거나, 원작으로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화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고요. 웹툰, 영화뿐만 아니라 원작을 활용해 게임을 만들거나, 굿즈 사업, 뮤지컬, 연극, 애니메이션 등 2차화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기사를 찾아보면 이미 2019년 우리나라 웹툰, 웹소설 거래액이 1조 원을 돌파했고, 불과 3년 뒤인 2022년에는 빅플랫폼을 비롯한 기업들 거래액 총합이 약 4조 원이라고 해요. 한국 콘텐츠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그에 맞게 모든 IP의 목표와 이상은 ‘이터널 라이프'인 것 같아요. 원작을 활용해 또 다른 창작물을 만들고, 그 창작물을 가지고 또 다른 작품이 나오고요. 원작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계속 또 다른 콘텐츠로 재생산되는 구조를 꿈꾸는 거죠.

해화 님의 대표작 ⟨사내맞선⟩도 처음부터 2차 창작을 염두에 두고 작업 하셨다고요.

해화: 맞아요. 웹툰화는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에 재밌는 상황 연출, 코믹적인 요소를 더 가미해서 글을 썼어요. 사실 드라마화까지는.. 생각을 한번 하긴 했었는데(웃음) 예상은 못 했었고요. 2차 창작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쓸 때는 소재의 스케일을 더 키우거나, 인물과 사건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현재 사내맞선은 웹툰과 드라마에 이어 해외 드라마 리메이크가 예정되어 있어요. 계약을 마친 곳은 중국, 인도네시아고 또 다른 국가도 계약 예정입니다.

시카고: 보통 웹소설은 수명이 짧다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2차 창작이 활발해지면서 수명이 늘어나고 있어요. 사내맞선은 2017년 런칭된 작품인데, 2022년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다시 카카오페이지 랭킹 실시간 1위, 전체 매출 2위를 기록했어요. 원작인 웹소설뿐만 아니라, 웹툰 사내맞선도 그무렵 매출이 20배 정도 늘었다고 해요. 2차 창작을 통해서 원작까지 다시 살아나고, 콘텐츠 가치를 계속해서 높여나가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는 거죠.

리디의 수퍼IP로 불리는 ⟨시멘틱에러⟩도 웹소설을 원작으로 웹툰, 대본집, 포토에세이, 굿즈 등 2차 창작물이 쏟아지고 있어요. ⟨사내맞선⟩과 마찬가지고 ⟨시멘틱에러⟩도 2차 창작이 활발해지면서 원작인 웹소설 매출이 600% 이상 상승했다고 해요.

2차 창작이 이뤄지면 저작권은 어떻게 되나요?

해화: 예전엔 매절이 많았다고 들었으나, 지금은 이용허락으로 가는 추세예요. 적지만 수익을 나누기도 하고요. 아직도 어느 곳은 해외 2차 계약을 매절로 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그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위해 지양되어야 할 일일 듯싶습니다.

시카고: 저작권이 원작자에게 있다해도 2차 저작물 관련해서 이슈가 되는 건 ‘사업권'이거든요. 이용허락은 ‘원작자님, 저희가 굿즈를 만들어도 될까요?’라고 묻는 거예요. 부수적인 수익이 생길 경우 원작자와 나누기도 하고요. 그러나 사업권이 원작자에게 없으면 ‘저희 굿즈 만듭니다'라고 통보하면 그만이거든요. 사업권 자체가 매절형태로 계약이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 관련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요즘은 이용허락으로 많이들 계약하고 있고, 사업권 관련 조항도 세밀하게 조율하려고 노력해요. 부속 합의를 통해 디테일한 조항을 논의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저작권과 수익 관련한 계약들은 더 세분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콘텐츠 산업은 폭발적으로 크고 있는데, 선례와 레퍼런스가 부족하다 보니 일을 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아요. 그래서 PD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도 하고요.

창작자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계약 관련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해화: 저는 계약 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계약기간이거든요. 계약기간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내다 보면 계약기간을 넘겨 자동연장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출판사를 옮기고 싶어도 계속 묶이게 돼요. 계약기간과 자동연장을 잘 확인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카고: 2차 저작물 계약을 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 위주로 말씀드릴게요. RS(Revenue Share)라고 불리는 수익배분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판권료로 퉁치는 계약인지, 아니면 판권료에 2차 창작물에 대한 수익을 별도로 나누는 계약인지 꼼꼼히 봐야해요. 판권료는 계약금 같은 거예요. 요즘 추세는 판권료를 주고, 2차 창작물이 나왔을 때 RS를 나누는 경우가 많아요. 계약서에 RS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세요.

또 계약기간을 봐야 합니다. ‘이 작품이 몇 년 내에 어떻게 개발이 되어야 한다’는 조항을 확인 해두면 좋습니다. 2차저작물은 만들어지기까지 오래걸려요. 웹툰 제작에는 1년이 넘게, 영상화 하는데는 2~3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판권만 산 다음에 묵혀놓고 2차저작물이 안 나오는 경우도 많아요. 요즘 조항에는 계약기간의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어떤 어떤 진행사항이 진척되지 않는 경우에는 계약이 자동으로 종료된다거나 이런 식으로 세부 조항을 만듭니다. 이런 조건이 없으면 작품이 하염없이 묶이게 돼서 창작자 입장에서는 다른 좋은 제안이 오더라도 아쉽게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사업권리범위'를 확인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업권을 통으로 내주면 나중에 마음 아픈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이용허락으로 진행하고, 사업권 권리 범위도 원작자가 어느 정도로 가져가는지 꼼꼼히 확인하면 좋아요. ‘사업권을 독점으로 가져간다'는 내용은 지양해야 하고요. ‘원작자에게 허락을 받거나 논의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약하는 게 좋습니다.

창작자들을 위한 더 나은 창작환경을 응원하며 마지막 질문입니다. 웹콘텐츠가 어떤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시나요.

해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장르문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디 가서 로맨스 웹소설 작가라고 말도 할 수 없는 분위기였고요. 실제로 독자님 중에는 본인이 ‘그런 글'을 읽는다고 말 못한다는 분들도 많이 봤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며 우리나라도 웹콘텐츠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더라고요. 해외 장르물을 보며 ‘우리나라는 언제 저렇게 될 수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어느 순간 ‘응? 그렇게 되고 있잖아!’ 싶더라고요. 그 바탕에 웹콘텐츠의 힘이 있었던 게 아닌 가 싶습니다.

고수익에 대한 소문으로 이 직업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 것도 웹콘텐츠가 자리를 잡는 데 한 몫 했을 것 같고요(웃음). 과정이 어찌 되었든 흥미로운 이야기와 삶에 대한 고찰이 버무려져 장르문학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는 게 기쁜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크고 넓게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시카고: 산업적으로 보면 콘텐츠 IP를 서로 갖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가 웹콘텐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 플랫폼 할 것 없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해 ‘원작자'가 되려고 하고 있어요. 잘 만든 콘텐츠는 활용이 정말 무궁무진하니까요.

마지막으로 PD를 포함해 웹콘텐츠 업계에서 종사하는 분들의 전문성이 더 고도화될 수 있는 환경도 바라봅니다. 영상의 경우 크레딧에 스탭들의 이름을 표기하잖아요. 책도 편집자를 따로 표기하고요. 그런데 웹소설은 크레딧에 대한 표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높아지는 웹콘텐츠 퀄리티만큼 창작자를 포함한 업계 종사자까지 분명한 권리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기대해 봅니다.


Interview&Edit 이지영 Graphic 조수희 이은호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2023.4.24.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지영 에디터 이미지
이지영

토스팀에서 콘텐츠를 만듭니다. 시대와 사회, 생활에 필요한 금융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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