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을 연상하는 프레임 속 프로그래밍 언어가 가득찬 이미지

AI도 저작권을 가질 수 있을까?

by 백욱인

인간의 창작물 vs AI의 생성물 이미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생성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학습해 글, 소리, 이미지 등을 만드는 인공지능이다. 작년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생성인공지능은 짧은 기간에 인공지능 시대의 최고 인기 어플리케이션으로 떠올랐다. 인터넷에 산재한 웹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해 이용자의 질문에 즉각적인 답을 내놓는 챗GPT와 더불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의 특성을 텍스트로 기술하면 합성된 이미지를 생성 해주는 ‘달리(DALL·E)’,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이미지 생성 서비스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은 과거의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의 성능을 단숨에 넘어섰다. 생성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창작물과 생성물의 구분과 경계가 흐려지고 인간이 만든 콘텐츠와 인공지능으로 생산된 생성물을 구분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생성인공지능은 콘텐츠 창작을 포함해 비즈니스, 지식 관리, 교육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들은 당연히 사회문제를 낳고 이를 둘러싼 이해집단 간의 이권 다툼이 벌어진다. 유튜브가 기존 미디어인 음악, 영화와 텔레비전 콘텐츠 저작권을 무력화하여 그들 스스로 유튜브로 들어오게끔 만든 것처럼 생성인공지능은 기존에 존재했던 작가들의 창작물이나 그림을 데이터세트*로 흡수하여 저작권에 물타기를 하고 저작권자 자체를 판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인공지능 생성물의 지적재산권 문제는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해 만들어진 빅 데이터를 말한다. 데이터세트를 만들 때 포함되는 창작물 중에는 저작권이 있는 작품도 존재한다.

AI가 쓰고, 그리고, 만들어도 ‘아직은’

2018년 11월 3일 인공지능 개발자 스테판 탈러(Stephen Thaler)는 미국 저작권청에 인공지능이 창작한 ‘파라다이스로 가는 최근 출입구(A Recent Entrance to Paradise)’라는 이미지에 대해 저작권 등록 신청을 했다. 2022년 2월14일 미국 저작권청((The U.S. Copyright Office : USCO) 심사위원회는 최종 검토에서 해당 결과물의 저작권 등록을 불허했다. 기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만든 창작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투자 보호를 위해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창작기계의 알고리즘을 인간이 만들었다면 결국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도 인간의 지적 활동이 매개된 지적 생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냐는 반론이 설득력을 확보하면, 생성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은 인간의 창작물처럼 저작권 보호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서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생성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2020년 12월 21일 ‘인공지능 저작물’이라는 개념을 명시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인공지능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의 여지를 열어놓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작자는 인공지능 자체가 아니라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해 저작물을 창작한 자 또는 인공지능 저작물의 제작에 창작적 기여를 한 인공지능 제작자·서비스 제공자 등을 말한다” (안 제2조 제1호의2 및 제2호의2)

이러한 개정안은 아직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인공지능 시대의 저작권은 어떻게 변화할까?

생성인공지능은 이제 막 대중적인 차원에서 이용자들에게 소개되고 있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각종 창작물이 쏟아질 경우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될까? 저작권은 저자의 인격과 창작물에 대한 권리 보장이다. 따라서 저자가 지워지거나 사라지면 당연히 저작권도 그에 따라 지워지거나 사라진다. 그런데 저자의 죽음 반대편에서 이루어져야 할 창의적 독자의 탄생은 이루어지지 않고 이용자의 스크립트*와 그를 통해 생성된 텍스트만 무성하다. 인공지능 생성물이 저자와 저작물을 대체하면 당연히 저작권은 축소될 것이고 그러면 저작자 특유의 스타일과 개성, 그리고 그를 해석하는 비평도 사라질 것이다.

*프로그램 언어 외의 간단한 언어로 작성한 명령어 등을 일컫는 말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이 결국 콘텐츠의 최대 생산자가 될 것이고 그것은 기존의 저작권을 잘게 분쇄하여 결국에는 무용지물로 만들지도 모른다. 생성인공지능과의 문답을 통해 사회적 평균치의 결과물을 축적하고, 그것이 다시 인공지능에 피드백 될 것이다. 이러한 순환 회로에서 개인의 창의적인 활동은 위축되고 줄어들 개연성이 높다.

데이터세트에 포함된 창작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작자가 전체 데이터세트의 n분의 1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고 그 권리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그 액수는 지극히 미미할뿐더러 그것을 환산하여 받을 현실적 가능성도 매우 낮다. 데이터세트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새로운 창작의 재료로 잘 활용하는 것이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차선책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인공지능이 생성한 데이터 변형물은 나름의 새로움을 확보할 수 있다. 거대한 데이터의 학습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창발성이 발현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기호들은 서로 다른 것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생성인공지능의 생성물을 처음 볼 때는 신기할 수 있지만 엄청나게 놀라운 것은 아니다. 결국 기계가 학습한 언어와 맥락이 모두 우리 일상에서 추출되었기 때문이다. 생성인공지능과의 채팅이나 그것이 제공하는 이미지가 처음에는 재밌고 신기할지라도, 그것은 생성인공지능이 미리 학습한 데이터세트의 테두리를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 결국 이용자가 생성인공지능과 어떤 관계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생각해 봐야 할 것들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과 놀이를 포함한 일상생활과 긴밀하게 엮여있다. 그것은 이미 우리의 환경이 되어버렸다. 그러기에 생성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험성과 가능성을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사람처럼 대하면서 하나의 인격을 지닌 개체로 생각하기 쉽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인간처럼 대하고 인간의 능력과 비교하여 그것의 성능에 경탄한다. 그러나 생성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인간을 위협하거나 인간에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공지능은 기계들의 연결이자 결합체이다. 그것은 단지 인간과의 관계에서 작동하고 인간의 삶에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미칠 뿐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인격화하거나 개별화하는 접근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이용자가 질문한 자료나 새로 인터넷에 추가되는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학습할 수 있다면 생성인공지능이 만드는 콘텐츠의 수준은 지금보다 더욱 향상될 것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용자의 피드백을 많이 받을수록 생성인공지능이 내놓는 결과물은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인공지능도 모르고 이용자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는 사고 과정이 증발하고 최적화된 결과만이 주어질 뿐이다. 인터넷 웹 검색을 통해 자료를 모으고 따붙여서 하나의 글을 만들 때 표절이 이루어지더라도 그러한 표절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뒤섞고 붙였는지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안다. 그러나 생성인공지능의 결과물에서 그런 과정과 결과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콘텐츠가 갖는 신뢰성이나 그것의 기반이 된 데이터세트의 배타적 활용과 관련된 저작권 침해 및 지적재산권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더불어 이용자의 사고능력 저하와 지식의 성격 변화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그것이 새로움을 만드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덫이 될지를 가름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Edit 이지영 Graphic 조수희 이은호

– 해당 콘텐츠는 2023.4.24.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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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이자 1세대 디지털 사회 연구자. 디지털 문화, 과학기술과 사회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저서로는 ⟪인공지능과 지적재산권⟫,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조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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