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질문들> 겨울호: 장애와 접근

by 사소한 질문들

여러분은 ‘장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저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가끔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면, 걸을 수 없게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요. 구체적인 상황에 저를 대입해볼수록 아득해지기만 합니다. 장애가 없는 나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 장애가 있는 나에게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질문들> 겨울호는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와 접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63만 명이라고 합니다. 등록되지 못하거나 않은 사람들까지 더한다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이들이 넘지 못하는 문턱은 여전히 많아 보입니다. 건물에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어 대학에 못 들어가거나, 단지 지하철을 타고 싶었을 뿐인데 안전장치가 부실한 리프트 때문에 사망하거나, 한순간에 모두 마스크를 쓰는 세상이 되면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는 걸 보면 말입니다. 

금융의 문턱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의 디지털화로 모두가 편해졌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어쩌면 오히려 불편함을 겪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간단한 송금을 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줘야만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금융앱의 복잡한 구성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 없는 정보를 한참 동안 듣고 있어야 했던 겁니다. (관련 아티클: 핀테크는 장애인의 금융 생활도 편하게 바꿨을까?

처음엔 장애인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실과 그 이유, 개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당사자가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기우만은 아니었습니다. 글에서 언급되던 보이스오버, 큰 글씨 모드 등은 제가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기능이었고, “사람들은 출퇴근하느라 3시간을 길에서 버리는 것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힘들어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문장에 일침을 맞기도 했으니까요. (관련 아티클: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어떻게 월가에 입성했을까?)

그래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그동안 전혀 인지하지 못했거나 넘겨짚었던 불편함을 직접 들을 수 있었고,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잘못된 인식을 올바른 방향 一 그러니까 당사자의 생각과 훨씬 더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도 알았습니다. 접근성을 높이는 게 특정한 누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넷플릭스의 자막 서비스를 비청각장애인도 애용하고, 저시력자를 위한 다크모드를 누구나 사용하는 것처럼요. 

소크라테스는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 않거나 묻지 않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원작자의 발화 의도와는 상관없이 저는 이 말을 ‘내가 무엇인가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모르는 채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말하곤 합니다. 접근성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몰랐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 나은 방향이란, 모두가 평등하게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일 테고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저희가 준비한 다음 이야기들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곳에서 모두의 접근성을 높일 방법을 다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드리는 사소한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도 궁금해요. 여러분의 생각과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려주세요. 문자나 음성 등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content.team@toss.im으로 보내주셔도 되고요. SNS 해시태그로 #사소한질문들 을 달아주시면 저희가 찾아가서 살펴볼게요. 

Words 송수아 Graphic 이은호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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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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